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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검찰 덮어" 박순철 사의에 법무부 "당혹"·檢 "더 이상 모멸감 주지 말라"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피해를 부른 ‘라임자산운용(라인)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해 온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전격 사의를 표하자 검찰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검찰 내부는 ‘정말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박 지검장의 의견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유감스럽다”는 의견을 밝히는 한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제기한 ‘현직 검사 술접대’ 의혹 등에 대한 추가 감찰 의지를 밝히면서 대검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라온 박 지검장의 사직인사 게시물에는 ‘사의를 거둬 달라’는 취지의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저들(법무부)이 왜 저러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만 점점 더 심해진다”며 “정말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세월호 특수단장인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는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을 말리면서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이 최근처럼 절실하게 느껴진 적은 없다”며 “사직의사를 거둬 달라”고 요청했다.

라임 사태 수사 당시 서울남부지검 인권감독관을 맡았던 이영림 부장검사도 “개인의 수인 한계와 검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에 너무나 힘드셨을 것 같다”며 박 지검장의 사직을 만류했다.

이 검사는 다른 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며 “한 사람의 그릇 크기는 빛나는 순간이 아니라 고통과 핍박의 순간 진정한 가늠이 되는 것 같다”며 “총장님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적기도 했다.

또 다른 평검사는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장관께서 검사를 거짓말쟁이 취급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검사들에게 더 이상의 모멸감을 주지 말라”고 호소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외부에서도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항의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박 검사장의 말은 그의 성품답게 너무 점잖은 표현”이라며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을 철저히 무력화 시키고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남용하여 정치권력에 예속시켰다”고 날 선을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개혁은 허울이자 핑계이고 바로 라임, 옵티머스 사건 같은 초대형 권력형 비리를 뭉개 없애고 앞으로도 검찰의 수사 칼날이 권력을 향해 다가오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며 “라임사건 수사를 총지휘 했던 검사장 입장에서 희대의 사기꾼 김봉현의 옥중서신, 그것도 공작의 냄새가 진동하는 문건 하나 때문에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되고 수사팀이 공중분해돼 비리검사로 조사받는 현실이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라임, 옵티머스 사건은 합쳐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한 초대형 금융사기사건이다. 그 사기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야 할 수사가 사기꾼 김봉현의 문건 하나에 산으로 가고 있다”며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인 김봉현 문자에서 청와대, 금감원에 대한 로비 의혹이 나왔는데 추미애 장관은 정관계 로비 수사하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검사장이 사의표명을 한 것은 충격”이라며 “최고의 훌륭한 검사장 한명이 미친 무당이 작두타기 하듯 검찰을 흔들어대는 법무장관의 칼춤에 희생된 듯하여 너무 안타깝다”고 날을 세웠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박 지검장의 사의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항의성 차원이 아니겠느냐”며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말속에 모든 뜻이 담겼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법무부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다들 박 지검장 사의에 많이 놀랐다”며 “당혹스럽다”고 당황스러운 감정을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 22일 오후 10시10분쯤 윤 총장이 참석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한 직후 알려졌다. 그는 입장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1조5,000억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사태와 관련하여 김00은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이라며 “그리고 로비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00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추어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된다.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보여 져야 한다”며 “그 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지검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전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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