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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뒷북경제] 공무원 ‘육탄방어’로 지켜낸 탈원전




감사원이 지난 20일 월정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무려 385일 동안이나 감사를 진행해 법정 시한을 넘겨 가며 내린 결론입니다. 결과가 나왔지만, 후폭풍이 큽니다. 여야 정치권은 당장 감사 결과를 자기 입맛에 해석합니다. ‘감사원이 조기폐쇄 자체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만큼 월성 1호기 폐쇄는 문제 없다’는 것이 여당 주장이라면, 야당은 ‘정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해 탈원전 정책을 조작으로 시작했다’고 맞섭니다. 역대 정부에서 정치권이 에너지 정책으로 이렇게 정쟁을 벌였던 적이 있을까요? 어찌 되었든 문재인 정부 들어 내내 시끄러웠던 탈원전 이슈는 다시 여의도를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왜 ‘경제성 수치’를 건드렸을까

감사원 감사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2018년 6월11일 A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 최종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겁니다. 한수원이 지난 2018년 5월께 회계법인에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경우 원전 판매단가를 직전 해(2017년)의 판매단가(kwh당 60원76전)보다 9.3% 낮은 kwh 당 55원08전으로 변경하도록 해 경제성을 저평가했다는 것이죠. 또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 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의 규모가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경제성 축소가 시작된 배경입니다. 감사원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2018년 4월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 시기를 청와대 보좌진에게 물었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산업부 직원이 즉시 가동 중단을 결정하는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관여했다고도 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왜 ‘가동 중단’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안정성이나 지역 수용성 평가가 아닌 경제성 평가부터 떠올렸을까요? 산업부와 한수원 실무 라인이 왜 회계법인을 ‘종용’해 일부러 낮은 기준치를 적용하도록 압박했을까요. 이 점은 ‘월성 1호기 폐쇄는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었다는 정부조차도 역시 원전 폐쇄의 핵심 근거로 경제성을 염두에 뒀다는 방증일 듯합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경제성만 따지고 조기폐쇄 판단은 유보했다는 이유로 안정성, 지역 수용성도 함께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안전성, 지역 수용성에 대해서도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부와 정말 아무 ‘교감’ 없었나

감사원이 밝혀낸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당시 담당 국장의 지시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444개나 고의로 삭제하고, 이중 120개는 복구도 못할 정도로 훼손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명백한 감사 방해이며,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는 증거인멸 행위로 산업부 관련자는 처벌을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또 삭제된 자료에 ‘2018년 4월 3일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한 문서’ 등 청와대와의 연관성을 가늠케 하는 것도 포함됐다고 감사원은 밝히고 있습니다. 자료 삭제가 아니었다면 감사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직후 야당인 국민의힘은 관련 책임자를 모두 검찰에 고발해, 자료 폐기의 진상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입니다.

자료삭제 과정이 과연 담당 국장의 지시만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부분 역시 규명돼야 할 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정부는 이번 감사원 결과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국정 과제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총대를 멨다’는 우려가 또 나오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육탄방어’로 국정과제인 탈원전을 지켜냈다는 탄식입니다. 산업부 내부만의 걱정이 아닙니다. 지난 22일 산업부 국감에서 회계사 출신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한 말입니다.

“국장과 부하직원이 자의로 (관련 자료) 삭제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저는 이분들이 불쌍합니다. 산업부 장관이 생각하기에 담당 국장과 부하직원이 자의로, 상부와 아무 교감도 없이 ‘내가 다 덮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444개 파일을 삭제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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