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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성장동력까지 발목…기업들 사업재편 '원점' 우려

[국민연금, LG화학 분할 '반대']

"단기이익 매몰돼 장기계획 외면"

기업들 분할결정에 위축 가능성

LG화학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051910) 분할계획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던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사업재편 방안을 고민하던 대기업들의 경영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대다수 기업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리를 앞세워 기업 경영계획에 사사건건 간섭할 경우 국내 기업의 장점이었던 신속한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가 27일 격론 끝에 제시한 반대의 근거는 ‘주주가치 훼손’이다. 물적분할은 지배주주에 유리하지만 정보접근성 등에 한계를 가진 일반주주들로서는 결국 지분가치 희석을 감내해야 해 불리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단기적 이익에만 매몰돼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 가치를 키우기 위한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물적분할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본사./연합뉴스




실제로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은 이날 국민연금 결정에 앞서 ‘찬성’ 의견을 권고하면서 물적분할 이후 신규 투자자금을 유치하면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 성장동력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LG화학의 연간 투자 추이를 보면 지난 2017년 2조4,000억원에서 2018년 4조3,000억원, 지난해 6조5,000억원으로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외부자금 투입 없이는 경기 충격 등을 버텨내기 어려운 구조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주구성이 복잡한 인적분할보다 물적분할이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며 “앞으로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통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지 말고 외부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으로만 투자금을 조달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삼성전자(11.10%), 현대자동차(11.52%) 등 주요 기업의 국민연금 지분율도 나란히 10%를 넘겨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자칫 기업들의 분할 결정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떠나 국가 대계(大計) 사업을 국민의 돈으로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게 옳으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기차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LG그룹은 국가 차원의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한 수주잔액은 약 150조원으로 이를 완성차 업체들에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점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처지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할안 자체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LG화학의 주주구성을 보면 국민연금과 순수 국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합산 약 20% 수준에 불과해 ‘대세’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하며 투자자 보호가 중요 가치로 떠오르자 국민연금이 부화뇌동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보다 당장 개인투자자들의 반대여론에 휩쓸린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서일범·한재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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