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리콜 대수 결과에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희비가 엇갈렸다.
엔진룸 화재로 한때 ‘화차(火車)’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던 BMW는 연간 리콜 대수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는 품질 논란이 불거지며 최근 5년 사이 리콜 대수가 종전 최대치인 10만대를 훌쩍 넘겼다.
23일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올 1~9월 누적 기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리콜 대수는 11만3,073대로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9월까지 리콜 대수는 지난 한해 전체 리콜 대수인 7만5,663대를 이미 훌쩍 넘겼다. 연간 기준 종전 최고치는 2018년 10만6,317대다.
벤츠코리아는 올 전체 리콜 중 3분의 1가량이 8월 달에 나왔는데 E220d 등 10개 차종 4만3,000여대의 전기 버스 바(Bus Bar·전류 통로 역할을 하는 막대형 전도체)에 빗물 등 수분이 유입될 경우 합선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리콜을 결정했다. 이 외에 오일 호스 장착 불량으로 인한 오일 누유 가능성 등이 리콜 사유로 꼽힌다.
올해 들어 벤츠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 등 크고 작은 품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월 환경부는 벤츠코리아가 국내 판매한 12종의 경유차에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증 취소, 결함 시정 명령 및 과징금 776억원 부과, 형사고발에 나섰고 벤츠코리아는 검찰 수사로 한국 본사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현재 벤츠코리아는 환경부 판단에 불복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같은 달 배출가스 조작 이슈로 사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커진 와중에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벤츠코리아 사장은 출장을 이유로 독일행 비행기에 오른 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어 벤츠는 올 7월 후임으로 뵨 하우버 벤츠 스웨덴·덴마크 대표를 한국 법인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지만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거절했다. 현재는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 중동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1월 벤츠코리아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상태다.
반면 디젤 차량 엔진룸 화재로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던 BMW코리아는 지난해 29만7,462대를 정점으로 리콜 대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올 9월까지 BMW코리아의 리콜 대수는 17만4,445대로 전년 대비 3분의 2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대규모 리콜 결정과 보장 프로그램을 선보인 덕에 BMW코리아 이미지는 차츰 회복 중이다. 올 8월에는 벤츠코리아에 빼앗겼던 월간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의 경우 올 3·4분기 2조1,3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로 한 현대자동차의 리콜 대수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올 9월까지 현대차(005380)의 리콜 대수는 85만9,339대로 지난 한해 전체 리콜 대수(69만7,098대)를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반면 기아차(000270)의 올 9월까지 리콜 대수는 14만8,327대로 작년 한해(26만1,495대)를 밑돈다. 현대·기아차는 동일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량이 대다수인데 유독 현대차에서 리콜이 많이 나오는 셈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전체 리콜 대수 중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8년 49%, 19년 50%에서 올해 74%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매년 차 값은 올리면서 정작 품질은 등한시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차의 평균 판매단가는 2017년 2,770만원에서 올 2·4분기 3,340만원으로 20.6% 가량 뛰었다. 이 시기 동안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대형 세단 판매량이 늘며 평균 판매단가를 높이며 수익성을 개선해왔다. 그러나 올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SUV 모델인 GV80 디젤 모델은 엔진 떨림 현상 등으로 올 한해만 4차례 리콜을 발표하는 등 현대차의 가격 대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현대차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의 열쇠로 ‘품질 향상’을 꺼내 들었는데 공허한 외침에 그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