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앞글자를 딴 ESG가 기업을 웃고 울리고 있다. ESG는 기업의 비(非)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사회공헌’처럼 여겨졌던 ESG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는 투자사·연금 등 ‘큰손’이 늘어나면서 재계에서는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작업이 한창이다.
(주)한화(000880)는 화약·방산부문 내 분산탄 사업을 분할해 다음달 2일 별도의 독립법인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를 세우고, 이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길 계획이다. KDI는 종업원 지주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한화는 그룹의 주력이자 오너가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이끄는 태양광 사업에 걸림돌인 집속탄 사업을 완전히 법적으로 분리하기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집속탄은 한 개의 탄 안에 수백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가 있는 구조로 살상 범위가 축구장보다 넓다. 하늘에서 수백 발이 쏟아지는 모습에 ‘강철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집속탄은 정밀 타격 무기와 달리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비인도적인 무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 등에서는 집속탄 생산 업체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연금,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등 유럽의 ‘큰손’ 연기금은 집속탄 업체를 ‘블랙리스트’와 같은 ‘레드 플래그’ 국가로 분류해 투자하지 않는다. 실제로 노르웨이 연기금은 ㈜한화를 2007년부터 13년째 이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으며 2018년 네덜란드 금융사들은 한화의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루션과의 사업 추진을 중단하기도 했다.
삼성물산(028260)은 국내 비(非)금융사 최초로 석탄 관련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지난 27일 석탄 관련 투자·시공·무역 사업에 있어 신규 사업은 전면 중단하고 기존 사업은 완공·계약종료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수한다는 탈석탄 방침을 전격 결정했다. 석탄 때문에 ESG 점수가 깎이면 LNG발전 플랜트, 도로·항만 등 건설,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코로나 충격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ESG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지난 7월 주요 글로벌 기업에 보낸 서신을 통해 “코로나 세계에서 가장 분명해진 것은 고객과 직원,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들이 미래에 승리자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