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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업금융도 비대면 플랫폼 키운다

中企·자영업자 겨냥 혁신 승부수

법인계좌 개설·대출업무는 물론

세무·마케팅까지 언택트 서비스

빅테크·핀테크와 차별화 나서

은행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 고객을 겨냥한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속속 강화하며 기업금융 시장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법인계좌 개설, 대출 신청·연장 등 기존에는 영업점을 직접 찾아야만 가능했던 은행 핵심 업무부터 영세자영업자에게는 버거운 세무·마케팅 등 비금융 솔루션까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의 지평을 넓히는 게 핵심이다. 가계대출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빅테크·핀테크의 금융 침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은행이 아닌 다른 업종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기업금융 영역에서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져보겠다는 복안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기업고객용 모바일 뱅킹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각종 비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자금력과 인력·정보력 등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법인·자영업자 고객이 주요 타깃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모바일 뱅킹 서비스 ‘원터치기업뱅킹’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새로 내놓을 ‘원(WON) 뱅킹 기업’ 플랫폼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대출 심사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시스템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정책자금 매칭, 창업교육, 소상공인 세무지원 제휴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도 탑재할 예정이다.

전체 산업의 연쇄적인 공급망을 고려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망금융’ 플랫폼도 만든다. 우리은행과 직접 거래하는 고객 기업의 재무제표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산업 전반의 데이터까지 파악해 자금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협력업체 공급망금융 전용상품과 비대면 계약관리 서비스 등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우리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빅테크와의 경쟁을 딛고 기업금융 디지털 명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최근 B2B 통합 플랫폼 구축 계획을 수립했다. 지금은 인터넷·모바일 기업뱅킹을 통해 자금조회·이체,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출정산·회계 등 자금관리는 제휴업체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쪼개져 있다. 앞으로는 이를 합쳐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미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된 개인 뱅킹에 비해 기업 부문은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뎠다. 중소기업 경영진이나 개인사업자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다 금융거래에 필수적인 실명확인 절차가 개인보다 법인에 대해 까다로웠던 것도 한 가지 원인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법인 대표자가 아닌 임직원 등 대리인도 비대면으로 법인 계좌를 개설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기업금융에서도 비대면 활성화의 길이 트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디지털 뱅킹에 있어 천지 차이”라며 “앞으로 기업고객 대상 디지털 서비스가 은행권의 새 경쟁력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기업용 플랫폼 서비스를 처음으로 구체화한 것은 IBK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온라인 대출 실행, 정책자금 추천, 전자어음할인 등 자금지원부터 판로·인력 지원, 회계·세금·기업부동산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한데 모은 ‘IBK 박스’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투자유치까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혁신기업투자박스’도 출시했다. 출시 1년여 만에 회원 수 5만명(지난달 20일 기준)을 돌파할 만큼 반응도 뜨겁다.

신한은행 역시 올 7월 자영업자 고객에 특화한 모바일 플랫폼 ‘쏠 비즈’를 내놓았다. 기업인증서가 없어도 기업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인뱅킹 수준의 사용환경을 만들고 비대면 프로세스를 대폭 확대한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쏠 비즈 출시 이후 기업 모바일뱅킹 신규고객의 24%가 순수 비대면으로 유입될 만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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