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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내가 죽던 날' 절망의 끝에 선 희망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누구에게나 마음 깊이 파고든 상처 하나씩은 있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고, 오롯이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 그런 상처.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나에게 누가 말 한마디라도 건네줄까. 그래도 여기 기꺼이 손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다. “네가 남았다”며….

영화 ‘네가 죽던 날’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형사 현수(김혜수)는 남편과의 이혼 소송과 팔 마비로 인해 휴직 중이다. 무너져버린 삶을 잊기 위해 복직을 선택한 현수는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사라진 한 소녀 세진(노정의)의 사건을 종결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시체도 없고 목격자도 없지만, 세진의 극단적 선택으로 마무리된 사건이다. 현수는 종결된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세진의 행적을 따라간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녀가 느꼈을 고통에 공감하고, 현수는 묘하게 닮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고등학생인 소녀는 세상에 혼자 남았다. 아버지의 범죄로 인해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증인으로 채택돼 보호 명목으로 외딴 섬에 홀로 살아간다.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 순천댁(이정은)은 사건의 주요한 키를 쥔 것 같으나, 그는 농약을 마시고 목소리를 잃어 말을 하지 못한다.

영화는 ‘내가 죽던 날’ 제목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 그 이전의 과거를 쫓아간다. 수사극처럼 보일 수 있으나 담담하게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여성들이 중심이 돼 극을 이끌어가며, 삶을 들여다보는 드라마로 풀어간다. 극은 현수가 세진의 사건을 파고 들어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116분 러닝타임에 담기 벅찰 만큼 방대한 양의 이야기라 절정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절정에서부터 그 지루함은 해소된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에서 연대가 가진 힘은 크다. 각자의 아픔을 치유하지도 못한 이들은 서로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어 준다. 이들의 연대가 처절하고도 애처롭지만,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된다. 특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소녀와 나누는 정서적 연대감은 영화의 가장 큰 주축을 이끌어가고,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관객을 천천히 설득해나간다.

김혜수에게 ‘내가 죽던 날’은 새로운 인생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 인생의 대부분에서 ‘캐릭터보다 김혜수가 먼저 보인다’는 평을 주로 들어왔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스타 김혜수의 얼굴을 지웠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출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분량이 많은 김혜수는 안정적으로 중책을 소화한다. 특히 고통의 한계치를 넘어선 처연한 그의 얼굴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정은은 순식간에 극으로 몰입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표정을 짓지 않아도, 대사 한 마디 없어도 존재만으로도 주는 울림이 강하다. 극 말미 힘겹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참아왔던 관객의 감정을 화산처럼 터뜨린다. 오는 12일 개봉.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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