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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상처·고통...이 또한 모두 지나가겠죠"

■영화 '내가 죽던 날' 주연 김혜수 인터뷰

배신·사고로 일상 무너졌지만

끝까지 삶 포기않는 형사役 맡아

내 이야기 같아 완벽하게 동화

살다보면 절망의 시간 겪지만

곁의 누군가를 통해 위안 받을것"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컷.




3,000년 전 다윗 왕은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가 자신을 위해 반지에 새겼던 문장 한 줄이 이토록 오래도록 살아남아 수많은 후손이 절망과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은 역할을 하리란 걸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울음을 삼키면서 되뇌고 있을 한 문장,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늘 화려하고 당당해 보이는 연기 경력 35년 차 배우 김혜수도 마찬가지였다. 이 문장을 외워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그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한 그가 이제 다른 이에게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다 말할 수 없는, 드러낼 수 없는 상처나 고통의 순간을 경험하면서 살잖아요. 인생, 생각보다 길어요.”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형사 ‘현수’ 역을 연기한 김혜수를 만났다. 현수는 가장 가까운 이의 배신과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일상이 무너졌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형사로서 재기하기 위해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삶의 진실을 찾아간다. 김혜수는 “현수와 실제의 나는 당연히 다르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 같았다”며 “세상에서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연예인 걱정이라고들 하지만, 고통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담담히 심중을 전했다.

김혜수는 최근 가족과 얽힌 일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현수의 대사 중에 ‘나는 내 인생이 멀쩡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게 있는데 실제로 내가 했던 말”이라고 털어놨다. “또 영화 속에서 세진이가 ‘난 왜 몰랐던 걸까? 그래서 벌 받나 봐’라고 말하는데 그런 마음 역시 내게 조금 있었다”고 밝혔다.

개인의 경험이 투영된 영향인지 김혜수는 이번 영화에서 ‘현수’라는 인물에 완벽하게 동화됐다. 때로는 위태롭고, 때로는 안쓰러워 보이는 현수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컷.


김혜수는 이번 영화 촬영 자체가 삶에 큰 위안이 됐다고도 했다. “촬영을 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간 대 인간으로서 위안받은 지점들이 있다”며 “영화에서 ‘순천댁’ 역할을 맡은 이정은은 좋은 배우인 동시에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사람을 마음으로 안아준다. 현수의 친구 ‘민정’으로 나오는 김선영도 나이를 떠나 촬영 내내 위안이 된 친구 같은 존재”라고 전했다.

주요 촬영 현장이었던 인천 자월도, 전남 신안군 증도, 충남 서산시 웅도 등의 맑은 자연과 지역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도 큰 힘이 됐다. 주민들은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틈틈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배우들의 편의를 위해 자신의 집을 선뜻 내어주기도 했다. 등장인물의 ‘고독’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딴 섬이라는 장소를 선택했지만, 배우와 스탭들에게는 오히려 더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게 하는 공간이 됐다.

김혜수는 이 영화가 자신에게 위안이 됐듯이 관객들에게도 그런 힘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인의 상처나 절망이 어떠한 계기로 완벽하게 치유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를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죠. 그래도 고통이나 절망, 상처를 겪을 때 내 곁의 누군가, 혹은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한 누군가를 통해 위안을 얻게 된다는 걸 영화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배우 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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