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2개월 만에 다시 60조원을 넘어섰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선거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용화가 현실과 가까워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자 국내에서도 자금이 증시로 재유입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총 62조8,398억원에 달했다. 지난 13일(56조6,782억원)과 비교하면 1거래일 만에 6조1,616억(10.87%)이 늘어났다. 특히 투자자예탁금이 60조원을 넘어선 건 일간 기준으로 9월7일(63조1,000억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예탁금은 증시 대기자금으로 해석되며 투자자들이 증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이런 예탁금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그 규모를 불려가면서 국내 증시 강세장의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9월 미국에서 추가 경기 부양책 협상이 난항을 겪고 테슬라 등 나스닥 대형주의 급락과 함께 국내 증시도 흔들리자 그 규모가 급감했다. 이에 60조원을 넘겼던 예탁금 규모는 약 47조원까지 줄었고 증시의 상승도 끝난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왔다.
하지만 미 대선 등 시장을 짓누르던 변수들이 11월 들어 하나씩 해소되면서 추세는 달라지는 모습이다. 실제 예탁금 규모는 11월5일부터 8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데 이는 바이든의 당선 윤곽이 굳어지던 시기와 맞물린다. 여기에 화이자와 모더나 등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크다는 소식도 증시로 자금을 끌어당기는 배경으로 꼽힌다.
증시로 자금이 흘러가는 현상은 국내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11월부터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대거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ETF의 총자산은 사상 최대 수준인 5조달러(약 5,530조원)를 돌파했다. 특히 이달 들어 주식형 ETF인 ‘SPY’에 151억달러(약 16조원)가 들어왔고 ‘VTI’에도 28억달러(약 3조원)가 유입됐다. 반면 금 ETF인 ‘GLD’와 채권형 ETF인 ‘IEF’에는 각각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 13억달러(1조4,000억원)가 각각 유출됐다. 매체는 “주식투자를 꺼렸던 투자자들이 ‘2021년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주식에 발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상승한 만큼 단기적으로 주춤할 수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쉬지 않고 올랐기에 코스피의 단기 조정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 지수 상승은 특정 업종으로 쏠리지 않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코스피의 신고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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