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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가덕도 태풍’에 국토부, 풀보다 먼저 누울까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김해신공항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검증 결과를 내놓자 정국은 너무나 빠르게 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선거가 급한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검증위 검증 결과를 꼼꼼히 읽어볼 틈도 주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핵심은 바로 이 ‘너무 빨라 정신 없는’ 상황 그 자체입니다. 한 꺼풀만 벗겨 보면 정치권의 주장은 두 차례나 평가에서 다른 후보지에 뒤졌던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기어이 만들겠다는, 한 마디로 평가 ‘불복’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신공항 입지가 ‘2전3기’로 결정될 일?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1년과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맞붙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는 모두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2011년 3월 당시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가 경제성(40점), 공항운영(30점), 사회환경(30점) 등 총 3개 항목으로 두 개 후보지를 평가한 결과 밀양은 100점 만점에 밀양은 39.9점, 가덕도는 38.3점을 받았다. 둘 다 50점에 미치지 못해 공항 입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낙제점’을 받은 것입니다. 실제 배점이 가장 높은 경제성 분야에서 가덕도는 12.5점, 밀양은 12.2점을 얻는 데 그쳤죠. 박창호 당시 입지평가위원장은 “밀양과 가덕도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환경 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또 당시 후보지 간 지역 갈등이 극심했던 것을 감안해 결과 발표와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아직 (동남권 신공항 추진) 시기와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전문가적 양심을 갖고 고심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5년 뒤인 2016년 진행된 영남권 신공항 타당성 용역결과 역시 2011년 평가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죠. 해당 용역을 수행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이번에는 김해공항 확장안과 밀양, 가덕도 3곳에 대해 성장 가능성과 접근성, 사회영향평가, 실현 가능성 등 각각의 시나리오별로 평가한 결과 밀양은 총 1,000점 만점에 683.3점(활주로 2개)으로 2위, 664.7점(활주로 1개)로 3위를 기록했고 가덕도는 634.8(활주로 1개)과 580.6점(활주로 2개)로 4위와 5위에 그쳤습니다. 결국 총점 818점을 받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당시 1위를 해 ‘김해신공항’ 방안이 추진됐던 배경입니다. 오히려 안전성 측면에서도 ADPi는 ‘안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결국 안전성을 이유로 김해신공항 안을 주저 앉혔습니다. 검증위는 특히 안전성 문제와 함께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선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정, 김해신공항안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쥐고 흔들 ‘전문가 증서’가 필요했던 정치인들

정치인들이 ‘김해신공항 백지화 근거’라고 소리 높이는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 내용을 봐도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검증결과 발표문에서 검증위가 가장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대목은 ‘신설활주로 진입방향에 산이 있으니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마저도 검증위 자체 판단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항) 진입제한표면 이상의 장애물은 없어야 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분에서는 오히려 김해신공항 설계가 문제가 없다는 평가들이 등장합니다. 김해신공항 비행절차 수립 시 민간 공항보다 엄격한 군 공항 기준에 적합하다든지, 김해신공항에서 비행기가 착륙에 실패했다 다시 이륙할 경우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식입니다. 안전성을 제외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미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평가가 상당수입니다. 예컨대 ‘김해신공항 여객수요 예측은 합리적이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실질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 불확실성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는 국무총리실 홈페이지 ‘보도·해명자료’ 코너 11월17일 게시물에 올라와 있으니, 여유가 되신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결국 정치권은 이 ‘전문가 인정 증서’를 쥐고 흔들면서 가덕도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무리하게 밀어 붙일 때 이를 비판하거나 별 언급 없었던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도 검증위 검증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가덕도 공항 추진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보다 선수를 친 것이죠.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저항시인 김수영의 시 ‘풀’이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토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동남권 신공항을 실제 건설해야 하는 주무부처 국토교통부는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정치권 전방위 압박에 김해신공항을 완전히 뒤집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이죠. 국토교통부는 당초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재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을 부적합 판단하면 ‘후보지 물색 등 원점부터 다시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지난 2016년 당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김해신공항이 무산되면 다른 후보지였던 경남 밀양과 가덕도, 또 지역 여론 수렴을 통한 제 3 또는 4 후보지까지 포함해 다시 입지 선정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검증 결과 발표 시점이 임박할수록 정치권이 ‘고강도 압박’에 나서자 결국 원점 재검토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습니다. 김해신공항 검증에 정통한 한 관료는 “재검증 결과에 따라 입지 재선정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국토부의 이 같은 복잡한 심경이 본지 보도를 통해서 알려지자 ([단독]정치권 전방위 압박에...국토부도 백기드나) 국토부는 다른 보도를 통해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은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국토부가 본지 보도에 대해 해명이나 반박을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국토부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치권의 ‘김해신공항 불복’ 장단에 맞출지, 아니면 다른 묘안을 찾아낼지, 국토부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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