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가가 불확실성을 줄이고 변화된 소비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 확정하고 실천하기 위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리 인사에 나선 것은 물론,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하기 위해 임원 수도 10~20% 줄였다. 아울러 유통가에 만연했던 순혈주의에서 탈피해 외부인사를 적극 등용하고, 젊은 최고경영자(CEO)도 전진 배치하며 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 진행한 올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임원을 20% 줄이고, 50대 초반의 젊은 수장을 대거 선임했다.
이번 인사로 롯데그룹의 4개 사업 부문(BU)장 중 식품 BU장이 교체됐다. 이영구 신임 BU장은 롯데칠성(005300)음료 대표 출신으로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며 보임됐다. 특히 식품과 화학 BU를 중심으로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이 대표이사로 대거 등용됐다. 롯데칠성음료의 신임 대표로는 50세의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하며 내정됐다. 롯데네슬레 대표였던 강성현 전무는 50세로 롯데마트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롯데푸드(002270) 대표에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역임한 51세 이진성 부사장이 배치됐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에는 LC USA 대표이사였던 52세 황진구 부사장이 승진 내정됐다. 신임 롯데지알에스 대표에 내정된 롯데지주(004990) 경영개선팀장 차우철 전무와 롯데정보통신 대표로 보임하는 DT사업본부장 노준형 전무도 52세다.
또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임원을 지난해보다 20% 축소했다. 총 600여 명 임원 중 100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실적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한 쇄신 작업인 만큼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임원 수의 대폭 조정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아울러 롯데는 가벼워진 조직이 빠르게 굴러갈 수 있게 임원 직제도 슬림화했다. 임원 직급 단계를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 또는 폐지했다.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기존 13년이 걸렸지만 이번 직제 개편을 통해 승진 가능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 롯데그룹 측은 “직제 슬림화는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조기에 CEO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정기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004170)그룹 이마트 부문도 임원 수를 10%가량 줄이고, 13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가량인 6곳의 대표를 교체했다. 신세계 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의 경우 조직 체계 전반을 재구축하고,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가 대표를 겸직하기로 했다. .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이사에는 김성영 이마트24 대표이사, 이마트24 대표이사에는 김장욱 신세계I&C 대표이사가 자리를 옮겼다. 신세계푸드(031440) 대표이사에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 상무를 내정했다. 신세계I&C 대표이사에는 손정현 신세계I&C IT사업부장 전무,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이사에는 이주희 전략실 지원총괄 부사장보를 선임했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기존 제조서비스부문과 매입유통부문 양 대표 체제를, 단일 대표 체제로 재편했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도 이달 초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 현대홈쇼핑 대표이사(사장)에는 임대규(59) 현 영업본부장이 승진 임명했다. 임 신임 사장은 지난 198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현대그린푸드 식재사업부장과 현대홈쇼핑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쳤다. 또 현대L&C 대표이사(부사장)에는 김관수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홍보실장이,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부사장)에는 이재실 현대백화점 판교점장이 승진·내정됐다. 에버다임 대표이사(부사장)에는 임명진 에버다임 품질부문장이 승진·내정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전문성과 추진력을 두루 갖춘 젊은 인재를 대거 중용했다”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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