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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조삼모사 계산에 혼란스러운 M&A 시장

항공기·매장 등 리스자산 회계기준 변경

바뀐 회계기준으로 기업가치 평가땐

동일 기업 수익성 지표 더 높게 나와

주관사, 예상 매각가 두배 올리기도

업계 "실제 달라진게 없는데..." 지적







기업이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리스 계약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업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바뀐 회계기준을 기업 가치 평가에 적용하면 같은 기업의 수익성이 더 높게 나오지만 이를 매각가에 반영해야 하느냐를 놓고 엇갈린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기업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으므로 바뀐 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달라진 기준을 근거로 기업의 몸값을 높이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CJ(001040) 올리브영, 뚜레쥬르, 이랜드 여성복 브랜드 등을 놓고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한 매각 주간사는 매각이 진행 중인 기업의 예상 매각가를 새로운 회계기준을 근거로 두 배 올려 해당 기업 임원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매장과 물류창고 등 주요 부동산 자산을 리스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스 회계기준 변경이 미친 영향이 컸다.



과거 회계기준은 리스료만 매출 원가나 영업 비용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기업의 부채를 보다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회계기준원은 새로운 리스 기준을 내놓았다. 새 기준은 리스 계약을 통해 사용권 자산과 리스 부채 이자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보고 이를 재무제표에 기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은 올해 감사보고서에 리스 부채는 5,242억 원, 사용권 자산 상각비는 243억 원이라고 기록했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리스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일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동시에 현금 이익이 증가한다. 사용권 자산을 매년 상각비로 나눠 현금 이익에 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매각가를 산정할 때는 영업 이익과 상각비를 더한 ‘상각 전 영업 이익(EBITDA)’에 해당 기업 업황을 적용해 배수를 곱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는데 회계기준이 바뀌었다고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기존 기준을 적용하든지 새 기준을 적용한다면 배수를 낮춰야 할 것이지만 아직 뚜렷한 업계 관행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투자금은 넘치는데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회계기준 변경을 명분으로 다소 높은 인수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요 자산인 항공기를 대부분 리스해 활용하는 항공사 매각 과정에서도 회계기준 변경은 혼선을 낳았다. 지난 6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의 부채가 계약 때보다 4조 5,000억 원 늘었다고 지적했고 매각 측인 채권단은 리스 처리 회계기준이 바뀐 탓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공방을 거듭하다 결국 계약을 파기했다. 아시아나가 실질적인 현금 흐름 변화가 없었지만 회계기준 변경이 매각을 무산시킨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리스 자산이 많으면서 가장 매각 추진 속도가 빠른 올리브영의 사례가 업계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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