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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담합 단속서 효과"…리니언시, 자본시장에도 도입해야

■주가조작 자수하면 감형 추진

자본시장에선 은밀한 범죄 성향

적발 어려워 내부자 제보에 의존

도입하면 적발 늘고 예방 효과도

"처리절차·감형기준 명확히 정해야"





“범죄 조직 내부자가 자진 신고하면 형을 감경·면제해주는 것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조직범죄의 경우 은밀하게 이뤄져 적발이 어렵고 폐해는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거래 카르텔(담합) 사건에서 ‘리니언시(자진신고감면제)’ 효과가 검증됐기 때문에 앞으로 자본시장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자본시장 범죄에 대해 자진신고감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14일 이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범죄자들이 수사기관에 대응해 점점 더 지능적이고 은밀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는 내부자의 폭로와 협조를 이끌어낼 제도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자본시장법, 자진신고 규정 공백




이러한 문제의식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자본시장 분야의 3대 범죄인 부정 거래,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를 겨냥해 일명 ‘자본시장 리니언시’ 법안을 발의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해당 범죄를 신고하거나 제보한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위법 행위를 자진 신고하거나 내부 증언으로 범죄 해결에 협조한 사람과 관련해서는 아무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자수해 범죄 규명이나 범인 체포에 기여한 경우 형을 감경·면제해주도록 했다.

카르텔선 리니언시 활발…검찰도 박차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리니언시의 효과가 이미 숫자로 입증된 바 있다. 윤 의원이 제출받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11월까지 과징금이 부과된 경성 담합 사건은 총 298건인데 리니언시 적용 사건이 178건으로 60%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자진 신고자에 대해 과징금을 감면해주고 형사 고발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달 10일부터 검찰도 ‘카르텔 사건 형벌 감면 및 수사 절차에 관한 지침’을 외부에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카르텔 범죄 자진 신고자에 대해 강제수사를 하지 않고 형벌도 감경·면제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관련기사▶검찰 “담합 자수하면 압수·구속 피하고 형벌도 감면”]



자본시장 범죄 연 수십건…피해 계속




자본시장 분야에도 자진신고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불공정 거래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3대 불공정 거래인 부정 거래,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은 2016~2019년 4년간 총 242건이 발생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특히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는 정보를 가진 공모자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리니언시 도입 검토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본시장 범죄 적발 건수도 현재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법안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공범의 죄를 진술한 사람에게도 형 감경·면제를 해주도록 하고 있어 카르텔 리니언시보다 대상과 범위를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부 절차·기준 정해 투명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리니언시가 활성화되려면 자진 신고 처리 절차와 형 감경·면책 기준을 명확히 정해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범죄자들에게 자진 신고 시 확실하게 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최근 공표한 카르텔 자진 신고 접수·처리 지침에서 절차와 기준을 명시함으로써 검사의 재량을 제한한 것도 이러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르텔 리니언시도 2005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제도가 활성화된 바 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자본시장 범죄는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제보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세조종이 일어나기 전이나 일어나는 와중에 자수하면 좀 더 감경을 해준다는 식의 기준을 예규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사·검사 기관인 금융 당국과 기소권이 있는 검찰 간 원활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 당국에 들어온 자진 신고에 대해 검찰이 감경·면제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해줘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 신고자에 대해 비밀 유지 등 보호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부 신고자에 대한 비밀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사적 보복 등의 위험으로 제도 도입의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권형·박경훈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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