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신한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4명 중 11명이 연임됐다. ‘조용병 회장 2기’ 체제는 내년도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직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계열사들의 호실적도 이 같은 결정을 뒷받침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법인인 ‘신한라이프’ 초대 CEO는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신한금융은 17일 조 회장, 변양호·이윤재·허용학·박안순 사외이사로 구성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추천 및 조직 개편, 지주회사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그룹의 맏형인 은행은 진옥동 행장이 연임했다. 진 행장은 올해 말로 임기 2년을 채웠다. 신한금융 계열사 CEO 임기는 통상 ‘2+1년’인데, 이번에 2년의 임기가 추가로 주어졌다. 신한금융은 “CEO 임기를 2+1년으로 하면 중장기 전략보다 상대적으로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며 “추가 임기가 늘어나 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돼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역시 2년 연임이 확정됐다. 이로써 임 사장은 2017년부터 6년간 신한카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신한 핵심 계열사에서 CEO로 6년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악조건 속에서도 계속 큰 폭의 당기순이익 증가를 이끌어 내며 확고한 업계 1위를 수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임 사장은 인사 직후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내년에는 마이데이터·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 신설 등이 있기 때문에 종합 생활 금융 플랫폼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과 카드 CEO 임기를 2년 더 보장한 것은 은행과 카드가 그룹의 핵심인 만큼 중장기적 시계에서 안정적으로 그룹을 뒷받침하라는 조 회장의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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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 출범을 앞둔 신한라이프 CEO는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낙점됐다. 성 대표는 행정고시 33회로 금융위원회에서 은행과장·보험과장 등을 역임했고 2016년부터 3년 동안 보험개발원장을 지내다 지난해 3월 신한생명 대표가 됐다. 관료 출신으로 ‘안정성’이 강점이어서 새롭게 출범하는 회사의 안착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 대표는 이영종(현 오렌지라이프 부사장)이 추천돼 통합 전까지 직을 수행한다.
신한캐피탈 사장은 정운진 글로벌&그룹 투자은행(GIB) 사업그룹장이 신규 추천돼 신한캐피탈의 IB 종합 금융사로의 전환을 이끈다. 신한저축은행은 이희수 신한은행 영업그룹장이 사장으로 단독 추천돼 저축은행의 범위를 뛰어넘는 사업 영역을 개척할 예정이다. 이 외에 이창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배일규 아시아신탁·최병화 신한아이타스·이기준 신한신용정보·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남궁훈 신한리츠운용·배진수 신한AI 사장과 서현주 제주은행장 모두 1년씩 연임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가 있기는 했지만 실적은 올해가 가장 좋다”며 “공로를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신한금융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3조 4,035억 원)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한금융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마이데이터’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부문을 새롭게 만들고 최근 KT에서 영입한 김혜주 상무를 지주와 은행을 겸직하는 빅데이터부문장(CBO)으로 선임했다. 김 상무는 지주사 설립 후 최초로 선임되는 여성 임원이 됐다. 또 그룹 전략·지속가능부문 내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팀을 신설해 사회적 책임도 강화한다.
그룹 내 경영관리부문을 신설해 전략·재무 등 팀 단위로 산재된 경영관리 기능을 통합, 효율화했다. 초대 경영관리부문장(CMO)은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이 선임됐다. 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및 미래 사업 추진 등 그룹 ‘핵심 브레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김현진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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