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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고발하는 1960년대 미국 인종차별

■책꽂이-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은행나무 펴냄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 문제는 좀체 사라지지 않는 화두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이 불붙은 2020년에도,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가 흑인 인권운동가로 활약한 196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흑인 민권운동이 시작된 1960년대는 백인과 유색인종을 구분하는 인종차별법률인 ‘짐 크로 법’이 살아 있을 정도로 차별이 극에 달한 시절이기도 하다. 흑인 청소년들을 집단 수용한 기숙학교, 감화원 등에서 차별, 폭력 등 인권유린을 자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소설 ‘니클의 소년들’은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감화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1960년대의 차별과 폭력에 대해 조명한다. 작가인 콜슨 화이트헤드는 관리인이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과 성적 학대를 자행했던 플로리다주의 도지어 남학교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한 대학의 고고학과에서 조사를 벌이고서야 진실이 드러났다.

이야기는 2010년대 니클 캠퍼스에서 발견된 의문의 비밀묘지에서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에 산탄이 박힌 유해들이 드러나면서 시작한다. 전국의 언론이 이 사건을 주목하면서 니클 출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뉴욕에 사는 남성 엘우드 커티스도 자신의 경험과 진실을 밝히기로 한다. 1962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던 엘우드는 불합리한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니클 감화원으로 보내졌고, 그곳의 인종차별과 인권 유린을 직접 겪었다.



소설은 엘우드의 회상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대비하며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1960년대 미국 남부에서 흑인들을 상대로 자행된 인종 차별과 폭력, 학대 등을 드러낸다. 엘우드가 갇힌 감화원에서 흑인은 더 낡은 옷과 더 열악한 기숙사, 더 형편없는 음식을 배급받는다. 불행에도 피부색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이다. 버스 보이콧 캠페인과 킹 목사의 연설 등 흑인 인권 운동의 주요 장면들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제고한다. 특히 킹 목사의 연설은 엘우드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매개다.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의미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매일 삶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는 그의 연설문이 소설에서 여러 차례 인용된다. 덕분에 소설의 분위기가 마냥 우울하고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소설은 인간의 인내심과 존엄성, 구원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이트헤드에게 두 번째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퓰리처상을 두 번 받기는 그가 처음이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10년대 최고의 소설 10선’ 중 하나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했다. 작가는 인종차별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전망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말 것을 주문한다. 소설 속 분위기에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만4,000원.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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