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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감 없이 QR 찍고 NFC 결제…"위챗페이보다 편해요"

[베일 벗은 中 디지털 위안화]

■'디지털 위안화' 2차 공개시험…현장 가보니

쑤저우 1만여개 상점서 무리없이 디지털위안 결제

하루 2만건 전자상거래도…"상하이 등 확대 될 것"

習는 "디지털화폐 원칙 제정 필요" 표준화 선점 나서

디지털 위안화 2차 공개 시험이 진행중인 중국 쑤저우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를 하고 있다. /쑤저우=최수문기자




중국이 오는 2022년 초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목표로 최근 잇따라 공개 시험에 나서고 있다. 세계 첫 법정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출범을 위한 준비를 신중하고도 착실하게 진행하는 모습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11일부터 27일까지 장쑤성 쑤저우에서 2차 공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쑤저우 시민 10만 명에게 200위안씩 디지털 위안화를 주고 27일까지 1만여 개 지정 상점에서 실제 사용하게 한 것이다. 특히 이번 공개 시험에서는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의 근거리무선통신(NFC) 사용 및 전자상거래에서의 사용 가능성을 집중 탐색하고 있다.

지난달 광둥성 선전에서는 일반 점포에서 QR코드 방식의 결제를 시험했다. 앞으로 슝안지구와 청두에서도 공개 시험을 이어가며 청산 기능 테스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들은 이후 해외와의 교류가 많은 상하이와 하이난으로 공개 시험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자가 쑤저우를 직접 방문해 확인한 공개 시험은 일단 성공으로 보인다. 현지인들과 동행해 찾은 상점에서 디지털 위안화는 무리 없이 결제가 가능했다. ‘펑이펑(부딪치기)’이라고 부르는 NFC 방식의 사용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전자 상거래에도 디지털 위안화 결제 시스템이 도입돼 징둥은 자사 온라인몰에서 도입 첫날 하루 만에 2만 건의 디지털 위안화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런 시험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의 공식 사용도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인민은행의 위탁을 받아 디지털 위안화를 시민들에게 공급한 중국건설은행 쑤저우 분행의 쉬전 분행장은 “디지털 위안화는 지불 결제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함께 거래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 개발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기 광풍을 잠재우고 민간 결제 시스템 활성화로 국가의 금융 통제가 흔들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등장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당시 값싼 전기와 규제 미비를 타고 중국은 2013~2017년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이자 최대 거래국이 됐다.

중국 정부에서는 민간 암호화폐로 자국의 금융 통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했다고 한다. 이에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 자산의 채굴과 거래를 금지하는 것과 함께 독자적인 블록체인 개발에 나섰다. 중국에서 공식적인 디지털 위안화 연구는 공식적으로 2014년 시작된 것으로 발표됐다. 인민은행은 당시 ‘법정 디지털 화폐 연구 의견’을 국무원에 제출했다.



현금 사용이 줄고 핀테크에 집중한 중국의 금융 환경도 법정 디지털 화폐 개발의 촉매가 됐다. 민간 결제 업체인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등 페이(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시스템이 결제의 주류가 되면서 통화에 대한 국가 통제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민간 기업이 통화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만약 이들에 장애가 생긴다면 국가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중국은 2017년 7월 인민은행 산하에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해 운영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해까지 디지털 위안화 시스템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해 10월 집체학습을 갖고 ‘블록체인 플러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인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디자인과 기능 연구가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이후 올해 들어서는 공개 시험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표준화 어젠다 선점에도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21일 주요20개국(G20) 화상 정상회의에서 “주요국은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로 법정 디지털 화폐 표준과 원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통화 시스템 발전에 있어 보다 혁신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며 각종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디지털 위안화에 대해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첫 사례다.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 내에 사용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금융 관계자는 “중국의 금융 통제 능력을 감안할 때 디지털 위안화를 개인과 기업에 지급하고 이를 강제 사용하게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사회적 분위기도 디지털 위안화를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10월 인민은행법을 개정해 위안화 범위에 실물 형태에 더해 디지털 형태도 포함했으며 민간 암호화폐의 제작과 거래를 금지하는 등 법률적 근거를 확정했다.

중국 쑤저우의 한 쇼핑몰 식당 앞에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게시돼 있다. /쑤저우=최수문특파원


문제는 국제적인 확대다. 디지털 위안화를 세계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에도 디지털 화폐 시스템이 안착돼야 하는데 이것이 문제다. 달러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이 여전히 시큰둥한 상황에서 일단 자국의 경제블록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국가들을 집중 지원해 디지털 화폐 시스템 보급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쑤저우=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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