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기에 처한 영화 산업의 구원 투수로 나선다. 추가경정예산 271억 원을 투입해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권 450만 장을 배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지원이 단기적으로나마 영화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극장가는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 올 상반기 영화관 총 관객 수는 424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영화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간 관객 1억 명’도 21년 만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영화 개봉 편수도 급감해 코로나19 상황을 떠올리게 할만큼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권 총 450만 장을 배포한다고 23일 밝혔다. 할인권은 25일 오전 10시부터 멀티플렉스 영화상영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홈페이지 및 앱에서 준비한 수량이 소진될 때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할인권은 9월 2일까지 요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용처별 1인당 2매씩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할인권을 발급할 수 없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작은영화관, 실버영화관 등은 영화관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할인을 제공한다.
발급받은 할인권을 사용하면 영화관 입장권 1매당 6000원의 할인이 적용된다. 장애인 우대 할인, 경로 우대 할인, 청소년 할인, 조조 할인 등 기존에 적용되던 영화관 할인도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영화를 7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에 이번 할인까지 적용하면 1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제휴 카드 청구 할인도 카드사별 최소 결제 금액 이상의 조건만 갖추면 중복으로 적용되지만 통신사 멤버십 할인은 중복해 사용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여름 영화 성수기에 할인권이 배포되면서 기대감이 높다. 앞서 2020년 6월에도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어려울 때 할인권을 배포해 관객 수가 반짝 증가한 바 있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 담당은 “여름 성수기를 맞아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등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한다”며 “상반기에 관객 400만 명을 넘는 영화가 한 편도 없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할인 쿠폰이 마중물이 돼 올해 최고 흥행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월별 영화 관객 수가 1000만 명을 넘은 달이 없었는데 7월에는 올해 처음으로 관객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신영 롯데컬처웍스 팀장도 “정부의 영화 쿠폰 지원 사업이 위축된 영화 시장에 단비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시즌에는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 등 화려한 라인업이 준비됐고 관객들도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보면서 더위를 피하는 ‘극캉스(극장+바캉스)’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다가오는 여름방학과 휴가 기간을 맞이해 영화관 입장권 할인 지원으로 영화를 즐기고 이를 통해 영화관도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며 “문체부는 앞으로도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산업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단기적 지원 외에 코로나19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영화 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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