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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영향 줄 변수, 이제 없다"

■서경이 만난 사람

내후년 항공산업 수요 회복된다면 통합 후 年 3,000억 수익 기대

중복인력 800~1,000명...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만으로 해소 가능

합병 마무리된 후 경영 평가위·윤리위 가동...경영활동 감시할 것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는 이제 없다고 봅니다. 해외 사례를 봐도 항공사 간 기업결합을 관계 당국이 불허한 사례가 없어요. 그래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꼽자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입니다. 오는 2022년 여름부터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것을 가정해 양사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보다 늦어지면 자금 지원이 더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항공 산업이 어렵다고 부실을 전제로 주저한다면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은 해운 산업 꼴이 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16일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공식 발표한 후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양사의 통합 작업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원에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면서 통합 작업은 더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균등감자가 주주총회를 통과한 데 이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단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회장은 “장기적으로 국내 항공 산업을 건전하고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 과정에서) 진지하게 얘기할 사람은 와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담=홍준석 금융부장 jshong@sedaily.com



시장에서는 ‘공룡 항공사’ 탄생에 주요 변수로 손꼽혀온 법적 이슈가 해결되면서 이제 남은 과제로 기업결합 심사를 지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 14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해외 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변수’이기는 하나 역대 항공업에서 불허된 사례가 없는 점을 들어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자신했다. 이 회장은 “워낙 항공 산업이 극한의 경쟁 중이라 양사가 어디에서 독점력을 행사할 수가 없다”며 “군소 공항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것도 슬롯 조정 등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해 3월 인수 계약 체결 후 현재까지 유럽연합(EU) 등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경우와 다르다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세계 1·2위 조선사로 제조업의 특성상 각국에 미칠 영향이 큰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서비스업으로 양사가 통합해도 세계 10위 수준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양 대형항공사(FSC)의 최종 인수 작업은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양사 통합으로 연간 3,000억 원의 수익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22년 여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된다는 전제에서다.

이 회장은 “투입된 공적 자금에 비해 수익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연 3%로 치면 약 10조 원의 부채를 추가로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없이 양사를 동시에 지원할 때와 대비해 공적 자금은 3조 원 정도 덜 든다”고 추산했다.

이 같은 규모의 시너지를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이 회장은 비행 스케줄의 다양화를 통한 탑승률 제고, 신규 노선 개발, 항공기 정비 통합 등을 지목했다. 이 가운데 노후 항공기 처분은 양사의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는 주요 방안 중 하나다. 노후 항공기는 신형에 비해 고장이 잦고 연료 소모가 많아 유류비·정비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노후 항공기를 정리해 기종을 단순화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앞으로 항공기를 리스할 때 협상 조건이 기존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 10월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82대 중 금융 리스와 운용 리스가 각각 20대, 53대로 집계됐다.

MRO 산업(정비·부품수주·훈련 등)도 통합에 따른 주요 수익원으로 손꼽힌다. 그간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에서 항공기 MRO에 들인 비용만 매년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통합으로 경쟁력 있는 전문 MRO 업체가 탄생하면 해외로 흘러가는 이 비용을 국내로 돌릴 수 있게 된다. 이 회장은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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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현재 중요 항공 노선에 두 회사가 똑같이 월수금 6편의 비행기가 들어간다면 합병으로 월수금에 4편, 화목토에 2편 식으로 개편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여객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글로벌 항공사에 경쟁력도 있다”고 피력했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의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계획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통합한다는 계획만 잡고 구체적인 계획은 회사에 맡긴 상황이다.

시너지 방안이 예상되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양사 노동조합은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산은과 대한항공 경영진이 수차례 인위적 구조 조정은 없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해고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항공 산업이) 회복하는 데 4~5년이 걸린다면 인력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하지만 이 기간이 일 년에서 일 년 반이라면 몇백 명의 비용을 흡수하고 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양사의 중복 인력은 800~1,000명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2~3년간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만으로도 중복 인력 문제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타 공급선 등 협력 업체에 대해서는 통합을 추진하면서 추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사의 빅딜이 탄력을 받아 추진되고 있지만 사실 쉽지만은 않았다. 당장 양사의 합병이 공식 발표되고 이 회장과 산은을 두고 재벌 특혜 논란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진칼과 3자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혈세로 산은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회장은 “‘재벌 중독자’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그 사람들이 재벌 개혁을 해봤는지, 나만큼 재벌 개혁 한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산은은 논란을 의식해 한진칼의 사외이사 3인 추천권과 더불어 경영평가위원회·윤리경영위원회·의결권행사기구 등을 마련하고 회사의 경영 활동을 감시하는 방안을 내걸었다. 이 같은 기구들은 내년 상반기 구성해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윤리위는 한진칼이 외부 인사를 포함해 7인 이내로, 경영위는 산은이 채권단, 회계 전문가, 항공 산업 전문가 등 6인 이내로 구성해 운영한다. 각 위원회는 분기별로 회사로부터 보고받고 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장은 “산은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재무 전문가지 사업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사업은 회사에 맡기고 산은은 경영 성과 등을 판단해 경영을 잘하게 하자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를 반대해온 강성부 KCGI 대표에 대해 이 회장은 사모펀드로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회장은 “우리와 동참해서 (한진칼의) 건전 경영을 감시하자, 동참하자고 했지만 동참 못 하겠다고 하더라”라며 “(기업의 가치를 불린 뒤 되팔아 돈을 버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우리와 협조할 인센티브가 없고 엑시트 전략만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른 주주에 대해 항공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동의한다면 대화할 의지가 있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이 회장은 한숨을 깊게 쉬며 “진지하게 대화를 원한다면 반도건설도 좋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좋다”며 “목적은 한 가지, 우리 항공 산업을 건전하게 만들자는 취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승부사’ ‘구조 조정 해결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숱한 구조 조정의 과정을 진두지휘한 데서 비롯됐다. 산은 역사상 26년 만에 연임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 이 회장이 구조 조정에서 반면교사로 삼는 게 바로 한진해운 사태다. 이 회장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을 파산시키고 현대상선을 지원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국회의원이 물었을 때 나도 ‘납득이 안 갑니다’라고 답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로 경쟁력 있는 해운사였으나 정부로부터 약 3,000억 원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파산했다. 업계 전반에 미칠 여파를 고려하지 않은 선택으로 관련 업계가 경쟁력을 잃고 지금까지도 회복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금도 비슷하다. 한진칼도 이대로 가면 망한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빨리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고 했다.

평소 이 회장은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보 학자임에도 매년 진행되는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의 주기를 다년제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임단협 때마다 노조가 기업의 생사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워 기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다. 5개월여에 걸친 2020년 임단협 끝에 연내 타결에 성공한 한국GM 노조가 대표적이다. 극적으로 노사가 합의를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본사는 국내 생산 공장의 운영 중단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30년 만에 처음 (자동차 공장을) 만든 게 광주글로벌모터스”라며 “전통 제조업이 망해야 끝날 것이냐”며 날을 세웠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노조 문제가 심각한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미국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리=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1953년 경북 안동 △1977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4년 예일대 경제학 박사 △1994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0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2007년 한국금융연구원장 △2009년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2013년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 △2017년 9월~ KDB산업은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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