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사생활 노출이 우려된다며 사업자가 개인의 요청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신용 정보 범위에서 ‘전자 상거래 주문 내역 정보’를 통째로 삭제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금융 분야를 시작으로 내년 의료·교통·공공 등의 분야에도 마이데이터를 확대하기로 했는데 인권위의 이번 방침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관련 기사 6면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지난 17일 열린 제43차 회의에서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수집·제공할 수 있는 신용 정보 항목에서 ‘주문 내역 정보’를 삭제하도록 금융위에 정책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늦어도 이달 안에 금융위에 시행령 개정을 권고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오늘날의 전자 상거래는 단순한 물품 구매 외에 콘텐츠, 여행·숙박 이용, 타인에게 선물하는 경우 등도 포함된다”며 “개인의 일거수일투족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이 노출될 수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당초 인권위는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 주문 내역 정보를 범주화하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막판에 ‘삭제 권고’라는 강수를 택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원하는 곳에 한데 모아 직접 관리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을 뜻한다. 주문내역정보는 대안 신용평가와 맞춤형 상품추천 등에 활용될 수 있어 마이데이터 서비스 활성화에 필수적인 정보로 꼽혔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수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상품 카테고리 정보만 개방하는 보완책을 마련한 만큼 인권위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문내역은 범주화된 정보만 제공되고 누구에게 선물하는지 등은 알 수 없어 사생활 침해 우려가 거의 없다”며 “개인의 정보 전송 요구와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만 사업자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 원치 않는 정보 수집 위험도 지금보다 오히려 낮아진다”고 반박했다.
/한민구·빈난새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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