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4인 가구의 절반 가량은 최저주거기준에도 못미치는 좁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적 기준으로 보면 민간임대주택 대비 60% 수준이다. ‘주거 사다리’는 커녕 공공임대에서 가구 규모를 넓힐수록 더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민간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풀어 임대 수요를 분산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4인가구 45.8% ‘최저주거기준 미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3월 발간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의 효율적인 운영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의 13.6%는 면적 기준으로 최저주거기준 미달 상태다. SH는 2017년 패널조사를 바탕으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현황을 분석했는데, 조사 대상인 2,363가구 중 372가구(13.6%)가 최저주거기준에서 정한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최저주거기준은 국토교통부가 정한 가구별 최소 주거 조건이다. 주거면적 기준으로 1인 가구는 14㎡, 자녀를 포함한 3~4인 가구는 각각 36, 43㎡가 기준이다. 문제는 자녀를 포함한 3~4인가구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1인가구는 0.5%, 2인가구는 7.6%에 그치는 반면, 3인가구는 35.7%, 4인가구는 45.8%에 달했다.
부부가 사는 2인 가구가 아이를 낳을 경우 주거 수준이 급격하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 또한 “아이를 낳는 경우 급격하게 주거수준이 낮아지는 신혼부부 등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특히 총 면적 기준으로는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했더라도 방 숫자 기준으로 보면 미달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민간 대비 면적 60%…중형 공급도 서울은 빠져>
‘충분한 면적’이라는 정부 홍보와 달리 공공임대주택이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민간임대주택 대비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가구당 면적은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장기공공임대 1만6,169가구의 가구당 평균면적은 약 45.6㎡로 민간임대 76.3㎡의 59.7% 수준이다. 그나마도 이중 장기전세를 빼면 38.6㎡로 감소한다. 특히 민간 주택의 발코니 확장 추세를 감안하면 실사용면적은 민간임대 대비 47.4~5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공공임대만으로 살면서 더욱 좋은 집으로 발전하는‘주거 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오히려 가족 규모가 늘어날수록 열악해지는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응해 30평대 중형 공공임대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사실상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중형 공공임대 6만3,00가구 공급 계획에서도 서울은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 지원에 집중하는 한편 민간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를 풀어 시장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는 하위 10%의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민간 규제를 풀어 민간이 주거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공임대 또한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면적과 주거 시설 등을 평균 수준에 맞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