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자동차·LG·SK 등 주요 기업들이 오는 2021년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친환경차 등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단순히 외형 및 수익성 확대에 치중하는 대신 환경과 안전,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방안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연말 최고 경영진 회의 등을 열어 내년도 경영 계획을 확정하고 총수 신년사 등을 통해 안팎에 공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새해에도 AI, 5G, 바이오, 자동차 전기장비(전장) 등 4대 미래 성장 사업의 가시화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80조 원 투자 및 4만 명 고용 계획을 발표하며 이들 4대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은 계열사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새해에 이 부회장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한됐던 해외 출장을 크게 늘리며 미래 먹거리 발굴과 인수합병(M&A)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적으로는 내년 예상되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맞춰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사업 강화와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라인인 평택 제2라인(낸드플래시·파운드리)의 내년 본격 가동 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확장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시장 회복세에 맞춰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을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상반기 중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첫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E-GMP 전기차가 내년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하는 만큼 친환경차 점유율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GMP 기반 전기차 모델로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차의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의 JW(프로젝트명) 등이 예정돼 있다.
수소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최근 선보인 수소 연료 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를 기반으로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에 주도권을 쥐고 한국·유럽·미국·중국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LG그룹은 2021년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계열사의 사업을 강화하면서 품질과 환경·안전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 40여 명은 최근 진행된 화상회의에서 지난달 진행된 사업 보고회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영 과제를 확정했다.
LG그룹은 특히 내년에 고객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품질과 환경·안전이 철저하게 조직 문화에 체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품질과 환경·안전은 내 가족이 쓰는 제품, 내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구성원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고 임해 나가자”며 “이를 위해 사장단부터 솔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LG는 또 사업의 성장 방식을 지속성 있는 고객 기반을 키우는 질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석유화학 고부가 제품, 전지, 5G 등 주력 사업의 고객 기반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공고히 하고 디지털 전환(DX)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새해에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재무제표상의 이익 추구에 그치지 않고 사회와 투자자·시장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성장 전략을 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 분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넥실리스·SK머티리얼즈 등 소재 계열사들의 배터리 핵심 소재 역량을 강화하고 추가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도 크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수소 사업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기초 작업을 추진한다. SK텔레콤의 중간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 구조 개편 가능성도 주목된다./이재용·김능현·한재영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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