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5,500억 원 규모의 대형 펀드를 내놓는다. 10년 전 1,000억 원대 VC 펀드가 탄생한 후 그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펀드 역시 대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 VC들이 화답하듯 대형 펀드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는 내년 1·4분기 최대 5,500억 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에이티넘인베는 이미 1·2차 자금 모집을 통해 4,700억 원을 끌어모았다.
펀드에는 국민연금이 수시 출자 규모로 역대 최대치인 1,000억 원을 투입한다. 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공무원연금·사학연금·과학기술인공제회·노란우산공제회 등 국내를 대표하는 출자자(LP)들이 총출동했다. 또 다른 펀드인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의 순내부수익률(Net IRR)이 약 20%를 기록하자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쏠렸다. 투자했던 고바이오랩과 프리시젼바이오가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지난 2018년 3,500억 원 규모로 결성된 이 펀드는 2년 만에 3,300억 원의 투자를 마무리했다. 1988년 설립된 에이티넘인베는 지금껏 25개의 투자 조합을 조성해 400개 기업에 투자했다. 전체 운용 자산(AUM)은 7,600억 원이다.
이번 펀드의 콘셉트는 ‘스케일업’이다.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잠재력이 뛰어난 초기부터 상장 전 투자(프리 IPO) 단계까지의 기업을 모두 담을 예정이다. 에이티넘인베는 기업의 성장 속도에 맞게 후속(팔로우온) 투자를 하기 위해 초대형 펀드를 운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5,000억 원대의 펀드가 탄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VC 펀드 총 993개 중 3,000억 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보유한 곳은 에이티넘인베를 비롯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뿐이다. 10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0억 원대 펀드가 탄생한 후 그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벤처 투자 붐에 더해 막대한 정책 자금이 펀드 대형화의 마중물이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펀드 몸집이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펀드 규모가 작으면 기업 한 곳당 투자 가능한 한도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니콘 기업들이 후속 투자로 갈수록 외국계 사모펀드(PEF)와 VC에 의존하는 현실 또한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펀드 규모를 키우면 기본 투자 단위가 큰 해외 투자자들로 출자 범위를 확대하기도 수월하다. 실제 미국의 지난해 신규 펀드 평균 결성액은 2,200억 원으로 국내의 7배를 웃돈다. /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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