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으로 직접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035720)페이증권이 차별화된 전략을 무기로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4,500만 명이 이용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기반해 초보 투자자를 적극 유인해온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110만 명 넘는 펀드 투자자를 불러 모으며 얼어붙은 공모펀드 수요를 되살리고 있다. 출범 10개월 만에 기존 증권사를 제치고 펀드 잔고 증가액 순위 2위에 오르며 증권사로 밑바탕을 다진 카카오페이증권은 내년 주식 위탁매매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30일 기준 증권업계에서 공모펀드에 가입된 개인 투자자의 계좌 수는 총 547만 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1월 말(437만 계좌) 대비 110만 계좌가 증가한 수치로 수년째 침체를 이어오고 있는 공모펀드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계좌 수가 급증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은행권 공모펀드에 가입된 개인 계좌 수는 전년 대비 30만 개가 줄었으며, 1년 전 증권업계의 공모펀드 가입 계좌도 전년 대비 15만 개 줄어드는 등 최근 공모펀드의 고전이 이어져왔다.
위축된 분위기를 깨고 공모펀드 계좌 수가 반등한 데는 카카오페이증권의 활약이 주효했다. 지난 11월 말 기준 카카오페이증권 펀드에 투자 중인 계좌는 114만 개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2월 말 출범했기 때문에 모두 올해 순증한 수치로, 카카오페이증권을 제외할 경우 증권업계 공모펀드 계좌 수는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진다. 현재 국내 증권사 펀드에 투자 중인 10명 중 2명이 카카오페이증권에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으로, 출범 1년이 채 안되는 신생 증권사가 공모펀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좌 수 뿐 아니라 펀드 규모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30일 기준 올해 카카오페이증권의 펀드설정 원본 증가액은 1,450억 원으로, 온라인 전용 클래스 펀드 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29개 증권사 중 펀드 강자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간 ‘알 모의기’, ‘동전 모으기’ 등 1,000원 미만의 소액 투자자 모집에 주력하면서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잔고 규모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세간의 우려를 걷어낼 수 있게 됐다. 카카오페이증권이 단독 판매하는 키움자산운용의 ‘똑똑한 펀드’의 경우 이달 9일 순자산 기준 1,000억 원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 28일 기준 1,244억 원을 넘어섰다.
‘일상 속 재밌는 투자 문화의 정착’이라는 가치에 뿌리를 둔 카카오페이증권의 차별화된 전략이 시장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카카오페이증권은 타깃 고객층을 기존 주식시장의 투자자가 아닌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해왔다. ‘투자는 어렵다’는 편견으로 섣불리 금융투자 시장에 발 내딛지 못하고 있는 초보 투자자를 집중 공략했고, 최소 투자액을 동전 단위로 대폭 낮추면서 일단 이들이 투자를 경험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카카오페이증권에 따르면 ‘알 모으기’와 ‘동전 모으기’로 최초 투자 경험을 했던 이용자의 각각 50%, 80%가 적립식 및 단건 투자로 이어졌다. 이외 매월 ‘펀드 성적표’라는 서비스를 통해 운용 성과를 알리고, 시장 전망과 운용 계획을 인포그래픽을 통해 알기 쉽게 제공한 점도 투자자의 발길을 불러모은 요인으로 지목된다.
비교적 안전성이 높은 펀드 상품으로 자본시장으로 고객을 입문시키는 데 성공한 카카오페이증권은 내년 주식 위탁매매 서비스를 선보이며 투자자가 자연스레 직접 투자로 발을 넓힐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코스콤과 함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발에 착수한 상태이며,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 서비스 출시도 선보일 예정이다. 주린이 공략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토스증권도 오는 2월 MTS 출시를 앞두고 있어 내년 ‘리테일 춘주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한때 펀드는 대중 자산관리 수단으로서 붐을 일으킨 시기가 있었지만 이후 공모 펀드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럼에도 펀드는 전문가에 의한 간접 투자방식으로 가장 대중적이고 진입 장벽이 낮은 투자 수단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페이증권만의 색을 입혀 기존과는 차별화된 MTS로 투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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