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사모펀드 사태를 유발한 책임이 규제 완화 정책에 있다며 작심 비판에 나섰다.
윤 원장은 31일 신년사에서 “지난 2014년과 2015년 당시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논의될 때 우리가 좀 더 소신껏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러지를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장은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우리의 사명인 금융시장의 파수꾼(watchdog) 역할에 필요한 촘촘한 감시망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더욱이 의도적 기망행위의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모두 포착해 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라도 스스로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앞으로는 감독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상시감시체계 정비 등을 통해 감독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하겠다”며 “열두 척의 배로도 압도적인 전력의 적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을 본받아 부족한 감독수단을 탓하는 대신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 사력을 다해 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윤 원장은 “‘사모는 사모답게’ 고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운용사와 판매사 등은 각자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내부통제 실패로 반복되는 금융사고의 이면에는 부당행위로부터 얻는 이득이 사고의 대가보다 크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데 이러한 유인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소신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감독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에 무게가 실리는 가속페달과 금융안정, 소비자 보호를 지향하는 브레이크가 균형있게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새해 감독정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복원력 강화를 제시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금융지원 축소시 예상되는 절벽효과(cliff effect)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촉구해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자본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며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지도해야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지원 비중이 큰 지방은행과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을 주로 맡고 있는 금융회사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는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감독 강화도 예고했다. 윤 원장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채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방지할 것”이라며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마무리되면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들이 일시에 과중한 채무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는 만큼 채무조정제도를 미리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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