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제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년 전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의 사면권 사용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 대표는 확정판결을 받은 후 1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형기의 3분의 1이 경과하지 않은 범죄자는 사면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법안 내용을 적용하면 현재 구속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불가능하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005년 6월 이같은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이 대표는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에 보장된 고유권한이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공평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남용됐을 경우 법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정략적 차원으로 사면권이 남용 또는 오용돼 국민들이 국가 사법을 불신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확정판결을 받은 후 1년이 경과하지 아니하거나 형기의 3분의 1이 경과하지 아니한 때는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할 경우 대법원장의 의견을 구하도록 하고 △법무부장관은 특정한 자에 감형 또는 복권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이 대표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인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사면 대상에 포함하자 반발하며 이 법안을 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처님 오신 날에 ‘불법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돼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비롯한 31명의 경제인을 사면했다. 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경제적 후원자로 알려져있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원내대표였던 이낙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사면권 발동에 반대했다. 당시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면권 남용을 억제할만한 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한다”며 “지난 16대 (국회) 때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했던 취지를 검토해 새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노 전 대통령의 사면을 가로막은 셈이다.
이 법안 취지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할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징역 17년형의 확정판결을 받았고 박 전 대통령의 확정판결은 오는 14일 나온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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