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탄력성이라는 용어는 ‘다시 뛰어오른다(to jump back)’라는 뜻의 라틴어 리실리오(resilio)에서 비롯됐다. 주로 생태학, 공학 등에서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나타냈는데 최근 들어서는 피해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기존 시스템과 다른 새로운 질서와 규범, 가치를 지닌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란제이 굴라티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2010년 펴낸 그의 저서 ‘Reorganize for Resilience’에서 “미래의 기업 경영 핵심에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있다”고 말한 이후 주요 경영자를 통해 회자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2010년대 이후에는 신년사에도 자주 거론되는 단어다. 지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2013년 신년사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회복 탄력성을 언급했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되고, 빅테크·핀테크 등과 경쟁하는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융권 수장들은 위기를 탈피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회복 탄력성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미 지난해 그룹의 중기 전략으로 수립한 ‘FRESH 2020s’에서 ▲F(Fundamental) ▲R(Resilience) ▲E(Eco-system) ▲S(Sustainability) ▲H(Human-talent)를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신년사에서 회복 탄력성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예측불가의 시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Resilience’ 역량”이라며 “Resilience의 근본적인 바탕은 리스크의 본질과 속도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내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Resilience의 가장 핵심이 되는 특성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강한 회복 탄력성에 있다”며 “어려운 환경이 우리를 옥죈다 해도 그 안에서 기회를 찾고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에 적극 나서자”고 주장했다.
손태승 회장은 신년사에서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을 언급하며 회복 탄력성이 “최근 기업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역량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충격으로 수축된 스프링이 강한 활력을 통해 원래보다 더 강하게 튀어 오르듯이, 급변하는 외부 흐름을 민첩하게 파악하여 리스크를 걸러내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혁신적인 기업만이 더욱 크게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위기이며, 위기의 터널 끝에는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순위 경쟁이 아닌 생존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신년사에서 ‘금융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회복 탄력성을 언급했다. 진 행장은 “위기에 대한 예측과 대비 또한 중요한 시점이다”라며 “과거 ‘건전성·리스크관리 명가’의 명성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신정식 한국남부발전 사장 등도 올해 신년사에서 회복 탄력성을 강조했다. 신축년 한해, 회복 탄력성은 우리 기업들의 주요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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