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모바일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검색과 메신저 외에도 동영상 스트리밍(OTT), 커머스 등 영역으로 기능을 확장하며 ‘슈퍼 앱(Super App)’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사 플랫폼에 고객을 묶어두려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부 이용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7일 업계와 이용자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소한의 메신저 기능만 남긴 카카오톡 ‘라이트(Lite) 버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본연의 메신저 기능에 집중한 가벼운 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생활의 모든 영역을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생활밀착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미 e커머스와 송금 등 금융 서비스는 카카오톡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선물하기’ 거래액은 3조원 규모에 달하고 ‘쇼핑하기’에는 라이브 커머스도 도입됐다. ‘샵(#)탭’은 모바일 검색과 뉴스 제공 역할도 하고 있고, 지난해 9월에는 OTT 서비스인 ‘카카오TV’까지 앱에 탑재됐다.
네이버 앱 역시 기본 기능인 검색을 기반으로 e커머스·결제·예약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앱 하나로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며 가격을 비교하고 결제, 적립, 선물하기 등 각종 일처리가 가능해졌다. 네이버 인증서로 연결되는 알림 서비스 ‘내서랍’을 전면에 배치하며 인증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광고 영역은 네이버 모바일 앱 첫 화면, 카카오톡 대화방 목록에 이어 샵탭까지 진출했고 배너 크기도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앱이 무겁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에 각종 기능을 이용하고자 하는 트래픽이 몰리며 접속 오류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눈총을 받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인증서를 담은 ‘지갑’ 기능이 출시 첫날부터 오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 30대 이용자 A씨는 “각종 서비스가 카카오톡에 추가되면서 휴대폰 용량도 많이 잡아먹고 원하는 기능을 이용하기 혼란스럽다고 느낀다”며 “라이트 버전이 출시되면 카카오톡을 삭제하고 그쪽을 이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이나 협업 도구 ‘라인웍스’,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스북 메시지’ 등은 모두 라이트 버전을 별도로 출시했다. 지난 2015년 출시된 라인 라이트는 스마트폰 저장공간과 데이터 사용량 감축을 위해 음성·영상통화 기능을 덜어낸 버전이다.
그럼에도 플랫폼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있는 두 회사가 별도의 앱을 출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용자가 분산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택수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해 8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 행사에서 “라이트 버전 출시는 네트워크 상황이 안 좋은 국가들에 제공하려고 최소한의 기능만을 탑재하는 전략으로 국내 환경과 다른 면이 많다”며 “전담 인력과 장비 등 리소스까지 고려해보면 진행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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