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아동 학대 치사 양형 기준을 높이는 계획을 밝혔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아동 학대 사망 사고에서 살인죄로 기소를 할 경우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큰 만큼 이번에는 아동 학대 치사 양형 기준을 조정하기 위해 정부와 사법부가 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법원 양형위에 따르면 양형위는 오는 11일 107차 정기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1일 회의 안건에는 주거침입범죄 양형 기준안 의결 등이 예정된 상태로,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된 아동 학대 치사 양형 기준 논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양형위 관계자는 “위원들이 동의할 경우 긴급 안건에 포함될 수 있지만 아직 논의된 적이 없다”며 “다음 주 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루어질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형사재판에서 판사의 재량인 형량의 가중과 감경에 관한 기준과 한계를 정하는 기구로 현재 김영란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인이 사건 전에도 아동 학대 치사죄 형량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은 시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제 양형위에서 다뤄지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총리까지 나서 해당 이슈를 제기했지만 양형위는 능동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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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앞서 지난 4일 “아동을 학대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벌을 주기에 양형 기준이 너무 미흡하다”며 “양형위에 아동 학대 양형 기준을 상향해달라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정 총리는 5일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추가로 논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양형위 관계자는 “아직 정부에서 구체적 의견서도 오지 않았다”며 “향후 협의가 진행되면 위원회에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요청하기 전에는 양형위 스스로 실무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아동 학대 사망 사고에서 양형 기준이 중요한 것은 살인죄 기소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살인죄로 기소할 경우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아동 학대 사망의 경우 대부분 집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 후 증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사법 당국은 관련 사건에서 아동 학대 치사죄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정 형량(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과 달리 양형 기준이 (4~7년으로) 낮아 기본 양형이 10~16년인 살인죄 기소가 대책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양형위가 아동 학대 치사죄의 양형 기준을 상향하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아동 학대 치사죄의 형량은 낮지 않기 때문에 양형 기준 조정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와 양형위가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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