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선박과 선원을 억류한 지 열흘 가까이 지난 가운데 이란 측이 동결자금으로 구급차를 구매해 보내겠다는 한국 측 제안을 거절했다고 공표했다. 조기 석방 교섭에 실패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귀국 길에서 이란 측이 신속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포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현지시간) 이란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동결자금과 구급차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라며 “이란은 구급차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겨냥한 (미국의) 경제 전쟁과 압박에 맞서 3년간 이 나라를 운영했다”며 “우리는 구급차 몇 대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한국에 동결된 돈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외교적 교섭 내용을 이례적으로 밝힌 것이다.
바에지 실장은 또 이번 주 최 차관의 최근 이란 방문은 4일 발생한 한국 선박 억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도적 물품을 이란과 거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예외가 인정된다. 그러나 이 동결자금이 제재 대상인 이란중앙은행 명의인 탓에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구급차를 수입하기를 바란다는 이란 측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또 “이란 비서실장이 새삼 우리가 (구급차를) 제안했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날 카타르를 거쳐 귀국한 최 차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문에서 조기 석방이라는 결과물을 도출 못 했지만, 선박과 선원에 대한 이란 정부의 조치가 신속히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야 할 말을 엄중히 했고 그들의 좌절감을 정중히 경청하기도 했다”며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미국과 협의와 여러 과정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는 것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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