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반도체 등 대형주 매수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은 저평가·중소형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도체·전기차 등 일부 업종으로 한정됐던 국내 증시의 주도주가 소프트웨어 등의 업종과 중소형주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형주(4.31%)의 수익률이 소형주(1.2%)와 중형주(1.1%)를 4배가량 웃돌았다. 이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삼성전자(005930) 등 대형주로 쏠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집중됐다. 1월에 개인은 코스피에서 총 22조 3,338억 원 규모를 사들였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12조 691억 원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1조 667억 원), 현대차(005380)(9,409억 원), SK하이닉스(000660)(9,189억 원), 기아차(000270)(8,174억 원), LG전자(7,816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2월 첫 거래일에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2,039억 원 규모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반면 지난달 외국인과 기관의 주요 순매수 종목의 구성은 개인과는 사뭇 달랐다. 외국인 투자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소프트웨어 종목과 대표 저평가 업종인 금융주를 주로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NAVER(035420)(5,389억 원), 카카오(035720)(4,712억 원), 엔씨소프트(2,353억 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하나금융지주(2,017억 원), 신한지주(1,838억 원), KB금융(1,590억 원) 등에도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같은 기간 기관은 2차전지와 정보기술(IT) 업종에서 주도주가 아닌 포스코케미칼(891억 원), 에코프로(760억 원), 일진머티리얼즈(696억 원), LG이노텍(529억 원), SKC(348억 원) 등 중소형 소재·부품 종목을 주로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대형주의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급격히 증가한 만큼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 등으로 버블에 대한 우려가 생기며 코스피가 3,000선을 잠시 내준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이에 이미 급등한 종목보다는 저평가된 종목으로 관심이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매도 대전에 따른 게임스톱·AMC 등의 강세를 지켜보면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이나 업종에 대해서도 충분히 순환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소외됐던 업종으로는 건설·미디어·엔터·소프트웨어 등이 꼽힌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래 실적 개선 폭이 커질 수 있는 미디어·엔터, 주가가 어닝서프라이즈를 덜 반영한 건설,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중소형 IT부품주에도 주목할 수 있다”며 “2월에는 일시적으로 코스닥의 상대적 우위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회복 기대감도 가치주 등 소외됐던 종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1월 말 조정 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경제 정상화와 이연 소비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정 국면을 성장주에 대한 차익 실현과 향후 경기회복, 인플레이션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가치주의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이 유효한 전망인 만큼 하반기 주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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