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며 대북 추가 제재까지 거론한 상황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북미 대화 조기 재개에 외교력을 집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포기를 문재인 대통령과 본인에게 직접 약속했다며 이미 수차례 ‘핵 보유’를 천명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기대를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자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새로 출범한 미국 행정부와 조율된 전략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통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겠다”며 “우리 주도로 출범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에 대한 북한의 참여를 위한 견인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략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다만 이는 최근 대북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바이든 정부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는 전략으로 지적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볼 것을 국가안보팀에 요청했다”며 “이 방안에는 동맹국들과 조율해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과 외교적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후보자는 아울러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김 위원장이 단 한 번이라도 핵무기 포기·폐기라는 용어를 쓰면서 비핵화 의지를 밝힌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렇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완전히 보장된다면 핵 프로그램을 진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힘줘 말했다. 정 후보자는 “김 위원장이 분명히 나한테도 약속했고 문재인 대통령한테는 더 확실하게 했다”며 “김 위원장이 ‘남측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도 영변에 들어와서 확실하게 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 결렬과 관련, “영변을 폐기했다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아주 핵심적인 프로젝트를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앞으로 우리 정상과 약속한 것은 지킬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문에 한미 연합 훈련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대규모 연합 훈련은 한반도 상황에 여러 가지 함의가 있기 때문에 미 측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훈련 축소 실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정 후보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관련 문건 논란에 대해 “관련 검토는 전혀 없었고 문건을 본 적도,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원전 관련 사업보고서를 산업부 공무원이 지시 없이 만들 수 있느냐”고 되묻자 “언론 매체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줘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이 실렸는데 그것을 보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또 ‘문재인 정부가 외교를 선거 등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야당 측 지적과 관련,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 정부와 문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외교에 대한 여러 노력을 아주 부당하게 폄훼하는 말”이라고 반발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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