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을 또다시 공개 비판했다. 차기 대권경쟁에서 이재명 지사의 독주체제가 지속되자 당 안팎에서 본격적으로 견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주장은 번지수가 많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실업자,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 등에게 기본적인 소득이 주어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자산·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재산·소득과 무관하게 전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 지사를 겨냥한 발언인 셈이다. '보유 자산, 노동 여부,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구상은 기본소득제의 기본 취지와 다르다는 게 임 전 실장의 입장이다.
임 전 실장은 세계적 명사들이 언급한 기본소득 역시 '조건없는 균등 지급'이 아닌 '극심한 양극화 및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장의 보호를 못받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빌 게이츠의 주장은 AI(인공지능)·로봇으로 창출된 이익에 세금을 부과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생활과 소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라며 "또한 보편적 기본소득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 엘론 머스크의 관점 역시 AI·로봇으로 일자리를 잃는 데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임 전 실장은 '전 국민 기본소득'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복지제도를 모두 통폐합해도 월 20만원을 지급하기 어렵다"며 "기초연금, 실업수당 등을 유지하면서도 기본소득제를 하자는 것이라면 재원 대책 없는 탁상공론으로만 흐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임 전 실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에 대해 잇따라 비판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이 지사를 겨냥해 "(기본소득제는 알레스카 외에 하는 곳이 없다는) 표현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이 지사가) 이낙연 대표의 지적에 화를 많이 내셨다"며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때로는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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