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 대학 총장들은 대학이 기업 등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을 해야 하며 인공지능(AI) 등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융합 교육을 해야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서울경제가 지난 9일 한국기술센터에서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학벌보다 직무 능력을 중시한다”며 “한양대는 기업 등 사회와 연계하는 IC-PBL이라는 교육 플랫폼을 활성화시켜 기업이 문제를 가져오면 교수가 함께 시나리오를 짜고 학생들의 중간·기말 발표 시 기업 측이 평가에 같이 참여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통상적으로 대학은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이 강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혁신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해외 유명 교수의 강의를 집에서 들을 수 있는 환경도 멀지 않고 대학을 대체하는 다양한 교육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대학은 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차별화된 양질의 교육 과정과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이어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융합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민족고대’라고 했는데 이제는 ‘글로벌 고대’라고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 전환 방향성에 맞춰 AI 등을 적용한 참여형 스마트캠퍼스를 구축하고 AI와 데이터로 학생 활동 관리와 과목 추천 서비스도 하고 서울과 세종에 3개씩 첨단학과를 개설했다고도 소개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AI 비전 전략을 선포하고 인문학 등 모든 학생이 소프트웨어(SW), AI 기초 교육을 9~12학점 듣도록 했고 ‘학부생 연구제도’를 대폭 확대했다. 여름방학에는 ‘학생성공 도전학기’라고 해 20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대학 합격자 발표를 1월에 모두 끝내 2월부터 학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만 해줘도 여름방학에 많은 혁신을 꾀할 수 있다. 우리 대학들은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대학은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는 학습의 장이 돼야 한다. 현실과 유리되면 안 된다”며 “교수님들도 혁신하는 과정에서 뜻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학 규제, 13년째 동결된 등록금 등으로 마음껏 혁신을 추구할 수 없는 만큼 세계로 나아가는 대학에 대해서는 규제를 대폭 철폐해야 한다는 게 신 총장의 호소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연구자 육성에 힘써야 한다”며 “과거 패러다임에 머무르는 과학기술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미래 세상에 걸맞은 기초 교과목 재편, AI·탄소중립 융합 교과목 개발, 학생 연구 동아리도 육성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또 “교수님들이 좋은 논문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성과와는 거리가 있어 이를 좁히고 있다”며 “제조업 등 기존 산업의 스마트화가 절실해 산학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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