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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전사태는 풍력발전 탓"...美 한파 와중에 논쟁 붙었다

보수진영 일각, 텍사스 정전 관련 "풍력 책임"

WSJ "재생에너지는 24시간 전력 제공 못해"

풍력 비중 25% 수준인데 책임 전가 적절성 논란

미국 텍사스주에 설치된 풍력 발전./위키피디아 캡처




미국을 덮친 거센 한파로 텍사스주(州)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보수 인사들이 정전 책임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돌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농업담당 커미셔너인 시드 밀러는 전날 페이스북에 "텍사스에서 추가로 풍력 발전 터빈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올렸다.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인 터커 칼슨도 재생에너지에 정전 책임을 전가하면서 풍력발전에 대해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저널(WSJ)도 사설에서 "풍력과 태양 에너지가 하루에 24시간, 일주일에 7일간 전력을 제공할 수 없는 데도 이들 에너지에 대한 믿음이 커졌기 때문에 전력망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의 공화당 하원의원인 로렌 보버트도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정전 사태의 원인을 '그린 뉴딜'로 지목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헬리콥터가 얼어붙은 풍력 터빈에 제빙 작업을 하는 사진이 돌아다녔는데, 화학 약품이 뿌려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이 아닌 스웨덴에서 수년 전에 촬영된 사진으로 이번 사태와 무관했지만, 재생에너지를 공격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기자회견에서 정전사태의 원인이 주로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소의 고장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파 속에서 풍력 발전 터빈의 일부가 결빙되기도 했지만 천연가스와 석탄, 원자력 발전의 고장이 재생에너지 고장보다 정전사태에 두 배로 영향을 줬다. ERCOT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소에서 장비 결빙이 정전 사태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ERCOT는 기자회견에서 텍사스주에서 생산된 전력 4만5,000MW(메가와트) 가운데 3만MW가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발전량은 재생에너지다. 텍사스주에서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의 주축인 풍력 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5%에 불과하다.



휴스턴대학 에너지 전문가인 에드 하이어스는 정전사태의 원인이 주정부의 전력망 규제 완화 속에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텍사스주의 전력망은 독자적인데 반해 다른 주들은 주변 지역들과 전력망을 연결해놓아 비상상황 발생시 다른 주로부터 전력을 끌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정전 사태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

최악의 한파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1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전력 공급이 끊기자 연료용 프로판 가스를 충전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맹추위는 텍사스주의 발전 시설까지 멈춰 세우면서 이 지역 43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텍사스 전력회사들이 추산한 겨울철 최대수요전력은 67GW(기가와트)였다. 텍사스는 기후가 온난해 통상 겨울보단 무더운 여름에 전력수요가 많지만, 겨울에 드물게 추위가 찾아오면 전력수요가 폭증한다는 점은 전력회사들도 알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 밖 한파에 많은 가구가 낡고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히터를 틀어댔고 결국 14일 저녁 전력수요가 전력회사 예측치를 넘겨버렸다. NYT는 "텍사스주 전력망은 연중 가장 더운 때 전력을 대량 송전하는 데 최적화돼 기온이 급락했을 땐 대비가 안 돼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기술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텍사스주보다 더 추운 지역에서도 발전은 이뤄지고 있고 그 지역에서 사용하는 설비를 도입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예측 불가의 상상하지 못한 극한날씨가 나타나고 있다. NYT는 "전력회사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신뢰성 있게 예측할 수 있다면 전력망이 가혹한 상황에도 견디도록 설계할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전력망은 설계에 적용한 과거의 상황에서 훨씬 벗어난 극단적인 날씨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한 번 정전사태가 빚어지면 치러야 할 비용이 엄청나기에 그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에너지시스템 공학자인 제시 젠킨스 프린스턴대 기계항공공학과 조교수는 "얼마나 많은 보험을 들어둘 것인지의 문제"라면서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기후변화와 함께 과거가 미래의 지침이 돼줄 수 없는 세상에 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예상 밖 일에 훨씬 잘 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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