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33·제노라인)과 장타는 동의어나 다름없다.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장타왕에 올랐다. 2009년에는 시즌 평균 300야드 시대를 최초로 열어젖혔다. 그저 멀리만 친 게 아니다. 2010년에는 상금왕, 2011년에는 장타왕과 평균 타수 1위를 동시에 석권했다.
하지만 그의 우승시계는 2015년 매일유업 오픈에서 통산 4승째를 달성한 후 멈춰있다. 더구나 지난해 성적은 충격적이었다. 11개 대회에 출전해 컷을 통과한 건 딱 한 번에 그쳤다. 군 전역 후 복귀한 2019년에 준우승 2회를 거두며 상금 랭킹 11위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추락이다. 도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군기가 풀렸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투어를 뛰기 시작한 후 그렇게 못 친 적이 없었어요. 이렇게 안 될 수도 있나 싶었죠.” 최악의 시즌을 보낸 김대현은 이번 겨울 경남 김해의 가야 컨트리클럽에 캠프를 차렸다. 그는 “단단히 벼르고 연습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부진은 아무래도 연습 부족이 첫 번째 원인이죠. 두 번째는 쇼트 게임의 전략이 잘못 돼 있었어요. 평소 호흡이나 루틴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런 게 흐트러졌고요. 마음만 앞서 덤볐던 거예요. 그럴수록 골프는 더 멀어졌고요. 생각도 너무 많았어요. 한 번 결정했으면 믿고 그대로 가야하는데 두 번, 세 번 생각했어요. 그러면 머릿속이 복잡해져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마음은 더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승한 지 오래 됐고, 그런 상황에서 후배들은 자꾸 치고 올라오고, 제 자리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초조해졌다”는 그는 “그런 때일수록 자신을 믿고 기다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고 돌아봤다.
김대현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임성재(23) 등을 지도하는 최현(45) 코치와 스윙을 가다듬고 있다. 김대현은 “20대 초반 때에 비해 스윙이 작아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스윙이 간결해진 반면 ‘풀 파워’로 치려면 무리한 힘을 쓰게 되는 부작용도 따랐던 것. 그는 “예전에는 아무리 페어웨이가 좁아도 ‘일단 질러’라는 배짱이 있었는데, 자신감이 줄어들고 불안감이 생기니까 스윙도 작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대현은 2013년 PGA 2부 투어를 뛴 적이 있다. 15개 대회에서 2차례만 컷 통과하고는 씁쓸히 발길을 돌렸다. “PGA 투어에 대한 꿈은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당시 판단 착오도 있었고, 뼈저리게 많은 걸 느꼈어요. 뭘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도 알게 됐고요. 지금 하고 있는 체력, 멘탈, 코스 매니지먼트 등 모든 훈련이 다시 미국에 가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대인 그는 “PGA 진출 도전이 전혀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년 루키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골프는 30대부터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아직 충분히 통할 나이이고, 다시 미국 무대를 밟을 날을 그리면서 연습량도 더 늘리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장타 비결로는 백스윙과 체중이동을 강조했다. 백스윙의 경우 팔만 이용하면 꼬임이 거의 없다며 “왼쪽 어깨를 밑으로 낮게 향하면서 밀어주면 코어 근육과 가슴이 함께 움직여 회전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체중이동은 좌우가 아니라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체중이 옆으로 이동하면 회전력이 거의 없게 되고 오히려 중심축이 무너지면서 스피드와 정확성 모두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백스윙을 할 때 왼 무릎은 앞으로 밀어주고 오른 무릎은 뒤로 빼준다. 톱에서 내려올 때는 그 반대로 한다. “장타를 치려면 힘이 아니라 스피드가 중요합니다. 얼마나 스피드를 끌어내서 정확하게 맞히느냐가 관건이죠. 이 두 가지만 잘 하면 장타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김해=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사진제공=민수용(골프전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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