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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웅장한 '개잎갈나무'…79년만에 열린 비밀의 숲

■양산의 또다른 쉼터 '법기수원지'

피톤치드 자극 '편백나무' 한가득

법기수원지의 98살 먹은 개잎갈나무 아래 선 사람이 한없이 작게만 보인다.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수원지는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2년 만들어졌다. 위치는 양산이지만 부산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돼 지금도 부산 일부 지역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다. 수원지는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실제 댐 건설 과정에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근대 문화유산이다.

법기수원지는 산책로 주변으로 높게 솟은 개잎갈나무와 편백나무·추자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법기수원지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가 79년 만인 2011년 처음으로 외부에 개방됐다. 개방된 공간은 전체 68만㎡ 가운데 둑 아래쪽 수림지 2만㎡다. 수림지에서는 편백나무와 벚나무·추자나무·은행나무·감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만나볼 수 있어 개방 초기 하루 수백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가장 큰 볼거리는 입구부터 시작되는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더) 숲길이다. 총 59그루의 개잎갈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한 모습으로 늘어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히말라야가 원산인 소나뭇과 나무로 다 자라면 높이 30~50m, 지름 3m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수원지 댐 건설 당시 심겨 모두 100년 가까이 된 나무들이다.

개잎갈나무로 눈요기를 했다면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편백나무다. 숲 안쪽에서 400여 그루의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코끝을 자극한다.

댐 마루 위를 산책하려면 반송 가지를 피해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여야 한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을 가려 수원지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휴식처가 돼준다.




개잎갈나무 숲을 통과해 댐 위로 올라가면 반송 7그루가 가지 수십 개를 바닥으로 늘어뜨려 길을 막고 서 있다. 수령 140여 년의 칠형제 반송이다. 댐 건설 당시 수몰지에 있던 나무를 옮겨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에도 성인 20명이 동원됐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댐 마루 위를 산책하려면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여야 가지를 통과할 수 있다.

사이토 마코토가 쓴 ‘원정윤군생(源淨潤群生)’은 깨끗한 물은 많은 생명체를 윤택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댐 우측 취수 터널 입구에는 3대와 5대 조선총독부 총독을 지낸 사이토 마코토가 쓴 ‘원정윤군생(源淨潤群生)’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깨끗한 물은 많은 생명체를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인데, 독립운동가인 강우규 선생의 폭탄 투척에도 살아남아 민족문화 말살 정책을 폈던 인물이 쓴 글귀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법기수원지 취수탑.


법기수원지는 평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산책하기 좋다. 마을과 연계한 농사 체험, 장작 패기, 콩 타작, 떡메 치기, 토끼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개방 시간은 동계(11~3월)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계(4~10월)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글·사진(양산)=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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