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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中과 투자협정에 제동…EU '對中 포위' 美전략 따르나

"인권 외면하는 習에 선물 안돼

홍콩 위해서도 중단됐어야" 반발

내년 비준 암초…좌초 가능성도

美, 對中공세 참여 압박 지속에

'엇박자땐 부작용' 우려 표면화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지난해 합의한 투자 협정을 두고 유럽 의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권을 도외시하는 중국과의 투자 협정 발효에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의회의 대중 관계 대표단 의장인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의원은 중국과의 투자 협정을 "시진핑 국가주석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중국 편을 들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모욕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이처럼 EU 의회가 중국과의 투자 협정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고리로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연합 전선을 한층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유럽을 경제적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U 의회는 지난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중국과의 투자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뒤에도 중국 인권 문제를 이유로 반발해왔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중국 정부의 홍콩 시민 운동가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투자 협정 체결 합의에 대해서도 "홍콩의 자치 및 자유, 기본권 보호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중단됐어야 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홍콩과 신장위구르·티베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대한 인권 침해를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협정 체결에 합의해 전 세계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EU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위험을 자초했다"고 질타했다.

EU 의회의 반발로 투자 협정 발효는 난관에 부딪혔다. EU 의회는 물론 EU 27개 회원국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U 집행위는 내년 중 협정을 비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협정의 실제 체결과 시행까지 2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좌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공조해 대중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투자 협정으로 유럽과 미국의 전통적 협력 관계가 삐걱거릴 수 있는 만큼 중국과의 투자 협정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중국이 국제 경제 시스템의 토대를 악화시킨다”며 “미국과 유럽이 손잡고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도 상원 정보위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과 경쟁하며 적대적이고 약탈적인 리더십에 대응하는 것이 미국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의 중국은 문제점과 취약점이 없지 않지만 미국을 위협할 만한 권위주의적 적수”라며 “(미국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는 분야도 늘어나고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미국의 공세에 맞서 중국도 유럽을 향해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시 주석은 9일 중·동유럽(CEEC) 17개 국가와의 정상회의 화상회의에서 백신 협력 및 교역량 확대 등을 약속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EU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와 중국의 교역액은 5,860억 유로(약 790조 원)였고 EU와 미국의 교역액은 5,550억 유로였다. EU의 대(對)중국 수출과 수입도 전년 대비 각각 2.2%, 5.6% 늘었다. 경제적 밀착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투자 협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서 회복하기 위해 EU 집행위가 서두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협정이 비준되면 유럽 기업은 중국의 통신·금융·전기자동차 분야 등에서 전례 없는 시장 접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EU 의회 사태로 대중 정책에서 미국과의 엇박자가 초래할 부작용을 염려하는 시선이 표면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미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고립을 꾀하는 가운데 유럽도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 간 힘겨루기가 극한으로 내달릴수록 유럽의 스탠스가 미국 쪽으로 점점 기울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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