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S&P500 기준 수익률 1.51%을 넘어서는 등 급등했습니다. 이 여파로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까지 장 초반 크게 흔들리고 있지요. 3년물과 10년물 장단기 금리차도 2012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졌는데요. 이같은 모습과 최근 자금시장에서의 하위 등급 강세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듯 합니다.
최근 자금시장에서는 하위 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A급 기업들의 경우 매수세가 몰리면서 대부분 결정금리가 회사의 민평 금리보다 낮아지고 증액 발행에도 성공했습니다. 특히 건설사 최초로 ESG채권 수요 모집에 나선 SK건설(A-)은 1,500억 원 모집에 1조2,1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3,000억 원으로 물량을 두 배 늘렸습니다. 그럼에도 등급 민평 금리 대비 21bp(1bp=0.01%포인트)나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지요. 같은 신용도를 보유한 다른 기업들 대비 약 0.2%포인트 이상 이자율을 낮췄다는 의미입니다.
BBB급 기업에 대한 수요도 많이 돌아온 분위기입니다. 자산운용사의 하이일드 펀드와 주식 대비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사자'세가 쏟아지고 있지요. 한신공영은 신용등급이 BBB+와 BBB 두 개로 나뉜 '스플릿'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600억 원 모집에 1,835억 원의 자금을 모았습니다. 1,000억 원으로 조달 규모를 늘리면서도 발행 금리는 회사의 민평 금리 대비 20bp 축소했습니다.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등을 위해 하이일드 회사채를 꼭 담아야 하는 기관들이 잇따라 금리를 낮게 써낸 것입니다.
이같은 모습은 정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미매각이 발생하던 지난해 모습과 대비됩니다. 오히려 AA 이상 우량 등급보다 A 이하 비우량등급이 더 강세를 띠는 분위기죠. 연초 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쏟아지면서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영향입니다. 국채 대비 위험도가 높은 채권인 회사채에 투자해도 금리는 여전히 낮고 가격은 비싼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일 등급 대비 가격적 매력이 낮아진 회사채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미국 국채 장기물 금리가 오르면서 3년물과 10년물 장단기 금리차가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지요. 전날에도 10년물 금리가 S&P500 기준 수익률 1.51%을 넘어서는 등 급등했는데요. 이같은 모습은 결국 우량 등급 회사채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회사채 단기물보다 국채 장기물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회사채를 매입하는 기관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보유하기보다는 중간에 채권을 사고 팔면서 수익을 냅니다. 특히 최근 AA등급 회사채의 경우 금리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까지 근접했습니다. 더이상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적은 AA등급 회사채보다 만기가 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트레이딩에 유리해진 것이지요. 반면 A등급 이하 비우량 등급의 경우 오히려 강세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가격 회복이 늦었던 만큼 추가적으로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많기 때문이죠.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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