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055550)가 2020년 현금 배당을 결정하며 금융 당국의 권고안을 따르지 않았다.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데다 건전성에도 문제가 없는 만큼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주 환원 정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한금융은 3일 공시를 통해 전날 이사회에서 2020년도 기말 배당금을 주당 1,5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통주 배당 총액은 7,738억 원, 배당수익률은 4.5%다. 당기순이익 중 주주 배당금 비율인 배당성향은 약 22.7%다. 지난 2019년 배당성향(25.97%)보다 낮지만 금융위원회가 권고한 20% 이내의 수준보다는 높다.
금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올 1월 말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을 줄여 건전성 확보에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관치 금융’ 논란에 금융위는 법령 해석, 해외 사례,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 등을 거론하며 금융권을 압박했다.
KB·하나금융지주(086790)는 금융위의 권고를 따라 전년 대비 5%포인트 이상 낮춘 배당성향을 확정했다. BNK·DGB·JB 등 지방 금융지주와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도 모두 배당성향 20% 이하를 유지하며 금융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결산과 동시에 배당을 확정하지 못할 만큼 고심했으나 결국은 금융 당국의 권고에 반하는 결론을 내렸다.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컸다. 신한금융은 금융 당국이 장기 경제 침체를 가정한 ‘L자형’ 스트레스 테스트를 유일하게 통과한 금융사로 알려졌다. 지난해 1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탄탄한 자본 여력을 갖췄고 불황에 대비한 충당금 규모도 넉넉하게 쌓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증자 등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반영했을 때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고질적인 저평가를 해소하고 주주 환원에 나서며 금융 당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배당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 당국에서 권고안을 내놓으면서도 “자발적인 판단”을 강조한 만큼 신한금융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준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주로 참여한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등 외국계 투자가의 적극적인 배당 확대 압박도 피하기 힘들었다고 전해진다.
앞서 증권 업계에서도 신한금융의 배당 규모가 금융 당국의 권고안을 넘는 21~22%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이익 규모를 봤을 때 신한지주의 배당 규모는 과도하지 않다”며 “하반기 경제 회복 시그널을 보이면 분기 배당에도 충분히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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