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신도시 투기 "공무원만 있냐…정치인도 파헤쳐라" 들끓는 민심

[LH 투기의혹 후폭풍]

시흥 주민들 "터질게 터졌다"

유력 정치인 연루 의혹 제기

"소규모 택지개발도 살펴봐야"

감사원 아닌 총리실서 조사에

'제식구 감싸기·물타기' 논란

4일 광명·시흥 신도시에 포함된 시흥시 과림동 한 도로에 강제 수용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 동네가 개발될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었겠어요. 지역 유지들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한 번씩 다 훑고 갔다고 소문이 파다합니다.”(경기 시흥시 과림동 공인중개사 A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조사 지역과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일선 현장에서는 3기 신도시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 이 같은 유사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정치인의 투기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공개한 향후 조사 계획을 보면 대상은 3기 신도시로 한정돼 있고 조사도 감사원이 아닌 총리실에서 주도한다. 아울러 정치인들은 제외됐다.

◇터질게 터졌다…“정치인 연루 의혹도”=서울경제가 이날 찾은 시흥 일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시흥 주민 B씨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개발된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외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봤다”며 “이번 기회에 공무원뿐 아니라 투기꾼들을 싹 잡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LH 등 공공 기관 직원, 공무원뿐 아니라 정치인들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개업소의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력 정치인들도 토지 매입에 나섰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광명·시흥의 개발 가능성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는 해도 공인의 위치에서 특정 시기에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을 과감하게 매입했다면 수상하게 볼 여지는 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2000년대 초 판교 신도시 개발 당시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토지를 보유해 시세 차익을 누렸다”며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이나 LH 직원 외에도 미공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지역 기초의회 의원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 청와대 관계자들 또한 투기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관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서성민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에 추가적인 제보가 들어와서 확인하는 작업 중”이라며 “공기업 직원, 공무원뿐 아니라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3기 신도시에 집중돼 있지만 이보다 작은 규모의 택지 개발 과정에서도 비슷한 투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가 신도시를 포함 수도권에 택지지구를 지정한 건수는 40여 건에 이르고 있다.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사들인 시흥시 과림동 토지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부, 총리실 주도로 제한적 조사=이 같은 우려에도 정부는 일단 국회의원 및 청와대·서울시 관계자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관계 기관 합동 조사단 구성 및 조사 착수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국토부와 LH, 그리고 지자체 소속 개발 공사는 임직원 전체에 대해 조사하고 경기도와 인천시 및 기초지자체 유관 부서 업무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다만 서울시나 청와대·국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조사 범위에 대해서도 ‘3기 신도시’와 과천 과천, 안산 장상 등 100만㎡를 넘는 택지 일부 등 총 8곳으로 일단 한정한다는 방침이다. 정 총리는 “(조사 범위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지혜롭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3기 신도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감사원이 제외됐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 ‘물타기 감사’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 재직 시 벌어진 일인데 조사 주체가 국토부와 총리실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정한 조사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려면 감사원 등과 함께 합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 필요성에 대해 청와대는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빠르고 엄정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비밀주의’에 근거한 정부의 일방적인 개발 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공이 직접 비밀주의로 하는 시행 방식에 대한 근원적 의문이 제기된다. 외국에서는 수용 제도가 있지만 우리처럼 일방적으로 지정한 뒤 강제 수용을 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많은 공공주택특별법은 폐지하고 광범위하게 택지지구를 조사해 협상하면서 개발 지역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정 기준을 정해 투명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