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에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성장 기회를 찾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고객의 요구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가가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김기찬(사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성남산업진흥원이 ‘뉴노멀시대, 중소벤처기업의 새로운 성장기회’ 주제로 연 온라인 강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회복 모습도 ‘K자’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을 지낸 기업경영 전문가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과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 등도 역임했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을 기업가가 빨리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과의 비대면 접촉 증가로 자연스레 플랫폼 비즈니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는 것. 그는 “플랫폼에 고객과 판매자가 몰리고 고객의 요구 변화와 불만도 표출된다”며 “중기·스타트업은 플랫폼으로 들어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사업화하고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각종 SNS를 통해 상품 정보를 꿰고 있는 점을 들어 ‘고객=신’이라는 관점도 제시했다. 그는 “소비자 반응들로부터 나오는 데이터가 비즈니스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고객=왕’이라는 마케팅 표현도 구시대적”이라며 “경영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야 하는 것도 댓글 분석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기업가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속도·신기술·도전과 리스크 감수를 꼽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매년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생기지만 1년 후에는 이 가운데 40% 정도만 남고 10년이 지나면 고작 4% 정도만 생존한다. 돈과 기술이 기업 생존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교수는 이를 ‘잘못된 신화’라고 규정했다.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은 속도와 혁신이란 것. 그는 “다른 기업보다 빨리 결정하고 빨리 만드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이 진정한 기업가”라며 “시장이 변하는데도 기존 방법으로 생산에만 힘쓰는 관리자와는 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장비·기술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에는 이른바 ‘폐기 경영’을 주문했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주장한 것처럼 경쟁력이 부족한 분야의 과감한 포기가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강변했다. 그는 “한때 위기에 봉착했던 GM·GE는 세계 1·2등을 제외한 사업 분야를 정리해 회생에 성공했다”며 “양을 버리면 질이 생기고 폐기할수록 전문화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기업 수익 회복도 양극화되는 국면에서 직원들의 혁신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공감을 통해 직원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이는 기업과 직원이 함께 성공을 체험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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