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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캐시 우드 신드롬과 LH의 투기

이혜진 증권부 차장





‘돈 나무 언니’로 인기가 높은 캐시 우드는 미국 자산운용 업계의 이단아다. 상장지수펀드(ETF)는 한번 정한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해야 하는 상품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매니저가 활발하게 운용하는 액티브 ETF를 내놓았다. 다른 ETF의 보유 종목을 매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액티브 운용은 성공할 수 없다고들 했지만 캐시 우드는 ‘그렇게 하면 되지 뭐’라며 지난 2014년 펀드를 출시했고 지난해 연 수익률은 100%를 넘겼다.

물론 캐시 우드 인기의 1등 공신은 고수익률이다. 그러나 개인들이 열광하는 데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우선 대중과의 소통이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운용사는 리서치 자료를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보와 견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 요즘 같은 성장주 시련기에 펀드 수익률이 급락해도 캐시 우드는 숨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솔직하게 소통한다.

또 아크의 ETF는 소수의 자산가들만이 알음알음 가입하는 사모펀드와는 다르다. 세상을 바꿀 파괴적 혁신 기업에 대한 금융 상품인데도 누구나 몇 십 달러부터 쉽게 투자할 수 있다. 펀드의 투자 종목을 공개하고 있어 개인들은 개별 주식을 따로 사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결국 캐시 우드가 ‘투자 거목’으로 성장한 데는 ‘평평해지고 있는’ 세상의 변화가 토양이 됐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는 평평하다”고 주창한 지 무려 15년도 더 지난 지금, 정보와 기획의 장벽은 더 허물어졌고 교류의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이 평탄화된 투자의 세계에서는 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란 없으며 개인들은 불공평하다고 여겨지는 장벽들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비밀주의·엘리트주의를 벗어난 캐시 우드 신드롬은 필연인 셈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레딧, 유튜브, 클럽하우스와 같은 혁신적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개인들의 정보력과 행동력, 그리고 느슨한 연대의 파워는 막강하다. ‘미국판 동학 개미’인 로빈후더들은 월가의 엘리트 공매도 펀드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동학 개미들이 그동안 어쩔 수 없다고 여겨졌던 관행과 제도를 바꾸고 있다. 돈 많은 사람이 더 가져가는 것이 당연했던 공모주 청약 제도가 바뀌었다. 소액만 청약해도 똑같이 공모주를 주는 균등 배정이 이뤄지면서 사람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 몰려들었다. 과정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발품을 팔면 누구나 애들 태권도장 값이라도 벌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됐다.

이런 가운데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은 ‘평평함’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렸다. 부정부패가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러나 이번 사건에 분노가 더 큰 것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비공개 정보를 취득하는 불공정한 게임에서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어쩌면 과거에 이 정도 사건이라면 적당한 수사와 처벌로 수습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바뀐 세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개인들의 행동력은 다시 한번 발휘될 것이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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