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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기술표준 놓고 충돌 가능성...삼성 '對中 방화벽' 필요"

['자립자강' 선포한 중국]

<하>격화하는 美中 신냉전 - 해외 전문가 인터뷰

中, 기술독립 10년은 걸리겠지만

선진국들 대규모 R&D경쟁 촉발

지속적인 긴장관계 만들어 낼것

美 양보 없으면 中도 양보 없어

AI 등 첨단기술 디커플링 불가피





미국과 중국의 현지 전문가들은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안보 협의체 ‘쿼드’ 화상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 전쟁이 가열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중 압박을 워해 ‘쿼드’를 사실상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한국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게리 후프바우어 선임 펠로는 13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앞으로 두 가지의 기술 표준이 대부분의 첨단산업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결코 쉽지 않겠지만 삼성과 같은 한국의 하이테크 기업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종의 ‘대중 장벽(Chinese wall)’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의 기술 자립 선언이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대규모 연구개발(R&D) 경쟁을 유인할 것으로 점쳤다. 미소 냉전 시대의 핵무기 경쟁이 R&D 경쟁으로 대체된다는 얘기다. 후프바우어 선임 펠로는 “중국의 전략은 기술 선도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과 지속적인 긴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들 국가는 공공 및 민간 R&D 예산을 늘리게 될 것이며 미국은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은 3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와 R&D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방침이 과잉 투자와 생산으로 연결돼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마이클 히르슨 유라시아그룹 중국·동아시아 부문장은 “중국은 반도체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기술 독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를 할 경우 성공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며 “특히 중국 정부의 과잉투자와 과잉생산이 세계경제와 산업을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후프바우어 선임 펠로는 “중국의 경제 규모와 기초과학 분야 졸업생 수를 감안할 때 중국이 언젠가는 기술 독립과 한발 더 나아가 기술 리더십을 보일 수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며 “10년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은 큰 틀에서 “외교의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중국을 대할 때 최소한의 원칙과 지켜야 할 선이 있어야 이를 근거로 설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후프바우어 선임펠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과 중국과 더 많은 이해관계로 얽힐 필요가 있다”며 “로슈와 노바티스 같은 세계적인 제약사를 배출한 스위스처럼 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히르슨 부문장은 “한국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 측면을 신중히 고려하고 (미중 사이에서) 필요 이상의 리스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맹목적인 결정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루이 인민대 응용경제학원 교수는 18일 예정된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 대해 "경제 이익은 교환할 수 있지만 국가 이익은 교환할 수 없다”며 “미국이 대만이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홍콩·신장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공격한다면 협상에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경제에서도 중국은 미국이 무역 전쟁 제재 전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는데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전 정부와 동일한 입장이라면 중국은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 전략도 집행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현재는 냉전 시대도 아니고 각자의 이익이 엉켜 있어 통일전선의 목표·강령 등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왕원 충양금융연구원 원장도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은 다시 한번 기존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며 “현재 중미 간 관계 악화는 미국이 도발한 것이고 중국의 주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다만 왕 원장은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에 주동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무역 전쟁이 남긴 문제들, 기후변화 등의 협력을 제안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중국 정부가 양회에서 발표한 경제성장 목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류 교수는 “(목표 경제성장률 6%에 대해) 중국 학자들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성장 속도보다 경제의 품질”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등 서방과 하이테크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과의 교류를 강조했다. 왕 원장은 “중국과 한국은 하이테크에서 협력할 수 있다”며 “한국의 반도체는 세계적인 수준이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중국에는 이미 중산층이 4억 명이 있고 2035년까지 8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빠르게 증가하는 이런 중산층의 건강과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여기에 한국의 강점이 있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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