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해 첫 입장을 내놨다.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동시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남측에 대해서는 남북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기구 정리 등 날 선 압박을 했지만 미국에는 짧고 절제된 경고에 그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사진)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측 당국이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을 선택했다"며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미국을 향해서는 "앞으로 4년간 발편잠(근심·걱정 없이 편안히 자는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짧게 경고했다.
김여정의 대미 메시지는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공식 입장 치고는 상당히 절제되고 수위도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좀 더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중순 이후 미국이 뉴욕(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하려고 시도했지만,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보고에서 대미 정책의 큰 그림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계속 개발하겠다면서도 앞으로 북미관계는 '강대강·선대선' 원칙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말했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비례하는 대응을 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방한 때 내놓을 대북 메시지와 추후 바이든 행정부의 전반적인 대북정책 발표가 보도될 때까지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고 지켜보면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하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의사를 재차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북한에 접촉을 제안해놓은 흐름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이 방한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제안을 하기보다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메시지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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