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의신청도 ‘역대급’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의신청을 수용하는 경우는 예년에 비춰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 폭탄’에 직면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일방통행이 지나친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공동주택 공시가 열람이 시작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공시가가 26% 오른 서울 강남구의 A 단지는 공시가 이의신청을 집단으로 제기하자며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 한 주민은 “비슷한 가격의 다른 지역 아파트에 비해 공시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면서 “이의신청은 단체로 제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다 같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의 B 단지도 40% 가까운 공시가 상승률에 ‘집단 이의신청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단지는 온라인 오픈채팅방을 통해 공시가격 열람 및 이의신청 방법을 안내하면서 이의신청 문구 등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 공시가가 70% 폭등한 세종의 경우 거의 모든 단지에서 이의신청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한 주민은 “공시가가 큰 변동이 없을 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도 되지만 지금처럼 많게는 두 배씩 폭등할 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공시가가 급격히 오른 서울 강남권의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이의신청이 많았지만 올해는 지방 광역시와 서울 외곽 등 중저가 단지들의 공시가가 급격하게 오른 만큼 이의신청도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이의신청 건수가 지난 2007년(5만 6,355건) 수준인 5만 건 이상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열람 첫날부터 이의신청에 나서겠다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지만 예년에 비춰보면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 이의신청은 전년 대비 30% 급증한 3만 7,410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94%는 ‘공시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인하 요구였다. 하지만 이 중 정부가 수용해 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전체의 2.4%에 불과한 915건에 그쳤다. 그나마 이 중 하향 조정 결정이 내려진 것은 785건으로 전체의 2.09% 수준이다. 의견 수용률은 2018년 28.1%, 2019년 21.5%로 비교적 높았지만 지난해 급격히 줄었다. 공시가격의 형평성과 균형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미세 조정을 실시했기 때문에 불합리한 점들을 충분히 걸러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과 관련해 “엄격히 조사해서 시세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해 산정한 것”이라며 “전문 역량을 갖춘 조사자가 시세를 조사한 뒤 각종 검증과 적정성 검토를 했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평가를 맡은 정부는 스스로 평가한 결과를 잘 굽히지 않으려고 한다”며 “올해 이의신청이 크게 늘겠지만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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