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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서비스' 음식이 아니다

■[책꽂이]만두

박정배 지음, 따비 펴냄





단골 중국 음식점에서 요리 몇 가지를 주문한 후 주인에게 “서비스로 만두 한 접시만 주세요”를 외치는 손님이 아직도 적지 않다. 그런데 만두는 정말 ‘서비스’에 불과한 음식일까. 이 물음에 강하게 고개를 가로 젓는 이가 있다.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음식 연사 문화 연구자 박정배다. 그는 만두라는 음식 속에 한국과 중국, 일본 동북아 3국의 역사와 문화 변천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만두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책까지 냈다. 책 제목도 ‘만두’다. 오늘날 동북아 지역에서 대중 음식의 하나로 자리 잡은 만두의 기원과 유래, 토착화 과정을 추적 정리했다.



책은 만두라는 음식 이름의 뿌리를 찾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가장 유명한 역사 에피소드는 제갈량과 연관돼 있다. 그가 남만의 반란을 진압한 후 귀환하던 중 험한 물살에 갇히는데 이때 맹획이라는 자가 안전한 귀환을 위해서는 사람 머리 49개를 염소, 소 등과 함께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갈량은 이를 거절하고 대신 사람 머리와 비슷하게 생긴 만두를 물 속에 던지고 무사히 강을 건넌다. 이에 남만인의 머리를 뜻하는 만두(蠻頭)가 후일 만두(饅頭)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이야기일 뿐 정확한 유래일 가능성은 낮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에는 만두가 불경 속 ‘만제라’의 음역이라는 학자의 주장이 다수 있다. 밀의 원산지가 중동이라는 점에서 밀이 중국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이름과 제분과 반죽, 발효 등의 음식 문화도 전래 됐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는 동시에 만두가 애초 굉장히 고급 음식일 수 밖에 없었다는 알려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중동이 원산지인 밀을 어렵게 현지화했고, 곱게 빻는 기술은 고난도였다. 과거 시점에선 밀 재배와 제분, 조리가 첨단의 영역에 있었던 것이다. 실제 만청한묘라는 한대의 귀족묘에서 맷돌이 출토됐는데, 귀족의 부장품일 정도로 맷돌이 귀한 물건이었음을 알려주는 사례다.

책은 한국에서는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만두와 교자가 중국에서는 다른 음식이라는 점도 설명해준다. 중국에서 만두는 반죽을 발효시켜 쪄 먹는 음식을 뜻했다. 만두는 다시 분화해 소를 넣으면 포자(바오쯔)라 부르고, 꽃빵처럼 소를 넣지 않으면 만두(마터우)라 부르게 됐다. 교자(자오쯔)는 비발효 반죽에 소를 넣은 음식만 뜻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런 구분이 없다. 조선 시대에는 발효 만두를 상화로 불렀고, 중국식 비발효 교자를 만두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근대 들어 상화라는 말이 사라지고, 만두만 남아 소를 넣은 분식류를 통틀어 만두라 부르게 됐다.



물론 우리 역사에서도 만두는 귀한 음식이었다. 장지연의 ‘조선세시기’에는 “늙은 누른 오이를 껍질과 씨를 빼고 실같이 썰어 쇠고기, 마고, 석이버섯과 흰 부분을 잘게 이긴 것과 함께 주물러 놓고, 밀가루 반죽한 것을 얇게 밀어 이 소를 넣고…”등의 문구가 나오는데, 이런 음식은 일반 백성이 맛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일본에서는 만두를 ‘만주’라고 발음한다. 한국과 중국에서 만두가 식사 대용인 것과 달리 과자로 발달했다. 단맛을 내는 팥소가 핵심이다. 역시 귀한 음식이었다. 귀족이나 승려가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음식으로 정착했다. 고기 소를 넣은 만두, 니쿠만은 육식 금지가 풀린 메이지 시대 들어서야 등장했다. 발효시킨 푹신한 피에 단팥 소나 고기 소를 넣은 일본식 발효 만두는 찜기가 대중화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일본의 교자는 중국의 자오쯔, 한국의 만두처럼 비발효 반죽을 얇은 피로 만들어 고기와 채소 소를 싼 음식이다. 주로 기름을 두른 팬에 찌듯이 굽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식 한자로는 ‘교자(ギョウザ)’라는 발음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1930년대 만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같은 지역 한국인들이 먹는 교자라는 음식을 본 후 ‘교자’라 부르게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2만5,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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