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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수사지휘' 조건부 수용한 檢…'불씨'는 여전히 남아

조남관 대행 "부장회의 신속 개최"

"전국 고검장 포함" 朴장관과 절충

'한명숙 사건 재심의' 새로운 변수

19일 회의 결과 예측 더 어려워져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한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가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 과정에서 검사들의 위증 지시 의혹을 재심의하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따르기로 했다. 다만 조 직무대행은 재심의를 할 대검 검찰부장회의에 전국 고검장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고 박 장관도 이를 받아들였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놓고 예고됐던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일단 봉합된 모양새지만 재심의 결과에 따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조 직무대행은 18일 “대검찰청은 이번 사건(한명숙 사건) 처리 과정이 미흡하다는 장관의 수사 지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전일 조 직무대행에게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나온 검사들의 위증 지시 의혹에 대해 대검 부장(검사장급)회의에서 다시 들여다보라며 수사 지휘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대검은 지난 5일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조 직무대행은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해 재심의하겠다”며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 사건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대검 부장회의 개최, 감찰부장과 감찰정책연구 의견 청취 등 박 장관의 구체적인 수사지휘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조 직무대행은 수사지휘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대검 부장회의에 전국 고검장을 포함하겠다고 했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을 참석시킬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고검장의 대검 부장회의 참여로 회의 결과를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대검 부장단에는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등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는 인사가 적지 않다. 현재 구성으로 부장회의를 열면 '한명숙 사건이 무혐의'라는 기존 대검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 반면 고검장들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에 대한 재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우려 등 검찰 내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고검장들이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정치적 판단이다'라는 반발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박 장관과 조 직무대행이 일종의 절충점을 찾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한명숙 사건을 기소해야 한다'고 수사 지휘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작년 5월 공개적으로 ‘한명숙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이 같은 예상을 깨고 부장회의라는 절차로 검찰에 스스로 다시 판단할 기회를 줬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대검 내에서 집단 지성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고검장들의 부장회의 참석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며 부장회의 결과를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조 직무대행 입장에서도 ‘한명숙 사건’은 빨리 내려놓고 싶은 짐이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수사, 월성원전 수사 등의 권력 수사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존립 문제까지 마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장회의에서 대검의 무혐의 결정이 유지된다면 조 직무대행은 한명숙 사건의 짐을 덜고 검찰의 수사 동력을 되살릴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무혐의 결정이 뒤집어진다면 검찰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검 부장회의는 19일 오전 10시 열린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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