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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도 피해 간 神의 직장, 2%대 사내 대출로 DSR 우회

[적자 공기업 '그림자 급여' 잔치…방만경영 '위험수위']

서민들 '높은 주담대 규제'에 막혀 내집 마련 힘든데

LH직원은 복지기금·시중銀서 돈 빌려 충당 가능

공기관, 文 정부 들어 복지기금 최대 한도로 적립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사내 근로자복지기금에 약 873억 원을 출연했다. 이 기간에 보유 부동산의 가격 상승 등으로 이익이 늘어 그만큼 복지기금 출연 여력이 커졌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 기간 LH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018년 약 2조 6,100억 원, 2019년 2조 7,800억 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3조 1,750억 원)보다 10%가량 낮아졌다. 회사의 수입은 줄었는데 임직원에게 쓰이는 복지기금은 오히려 더 늘린 셈이다.



이렇게 늘어난 기금 중 상당수는 LH 임직원들의 주택 구입 및 임차 자금으로 쓰였다. 다른 공공 기관들도 직원들에게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기는 하지만 대부분 기관 예산으로 편성해 상급 기관의 관리를 받도록 한다. 하지만 LH는 주택 자금을 사내 복지기금으로 대출해주고 주요 공공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2.9%의 고정 금리를 책정했다. 대출 한도액은 5,000만 원으로 높지 않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금융 규제를 피해갈 수 있어 주택 구입 때 일반인보다 훨씬 유리하다. 3,000만 원 한도인 생활안정자금 대출도 사용 실태를 일일이 점검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 구입 자금에 보태는 임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분당 신도시의 소형 아파트를 사려다 포기한 30대 직장인 김성광(가명) 씨는 “막상 집을 사려고 해보니 ‘영끌’ 대출을 해도 마지막 몇 천만 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해 주택 매입을 결국 포기했다”며 “나라의 보호를 받아 독점 사업을 누리는 공기업이 고연봉에 고복지까지 함께 누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 노조를 등에 업은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H 투기 의혹과 같은 사태는 공공 기관의 내부 통제장치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증거라는 게 공공 기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정부도 LH를 겨냥한 ‘맞춤형’ 혁신 방안을 이르면 오는 28일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2013년 원전(原電) 비리 이후 공공 기관 쇄신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이번 기회에 전체 공공 기관에 대한 경영 점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서울경제가 점검한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 현황을 보면 공기관 방만 경영이 위험 수위에 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내 상위 10대 공기업 중 2016년과 비교해 복지기금이 감소한 곳은 철도공사와 석유공사 두 곳밖에 없었다. 나머지 기관들은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거나 적자를 내는 와중에도 한결같이 적립금 잔액을 늘려 저금리 주택 구입 및 임차 자금을 대주거나 옷·가전·가구 등을 살 수 있는 복지몰 포인트, 치료비 등을 지급했다. LH뿐 아니라 수자원공사가 2018~2019년에 걸쳐 약 200억 원을 복지기금에 출연했고 도로공사도 이 기간에 100억 원가량을 더 보탰다.

LH의 경우 복지몰 포인트를 연 최대 200만 원 지급하고 질병 치료비로 연 최대 4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연구원 관계자는 “기관 예산에 들어가는 복리후생비는 급여에 사실상 포함되기 때문에 복지 확대를 문제 삼기 어렵지만 사내복지기금을 통한 무상 지원은 일종의 ‘그림자 급여’로 편법 임금 인상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공공 기관들이 ‘공기업, 준정부 기관 예산 편성 지침’상 최대 한도까지 채워 복지기금을 적립하는 사례가 늘어 나랏돈이 줄줄 새는 경우가 더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공공 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40개 공공 기관의 정부 순지원수입은 87조 8,400억 원에 달해 2019년 대비 17.7% 증가했다.

혈세 먹는 하마인 공기관이 정권 말기를 앞두고 우후죽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국회 출범 이후 이달까지 발의된 공공 기관 신설 법안은 총 63건에 이른다. 이 법들이 모두 통과될 경우 총 63곳의 공공 기관이 새로 문을 열게 되는 셈이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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