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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어둠의 빗장 열리면 금빛 물결이 춤춘다..'천년고찰' 숨 쉬는 김천

신라시대 창건 직지사, 사명대사 출가로 알려져

1,000개 불상 중 동자상 찾으면 '득남' 소문

입구 앞 탑은 밤 되면 휘황찬란한 자태 뽐내

인근 부항댐 찾아 출렁다리, 방초정 즐길만

2019년 12월 30일 보물 제2047호로 승격된 방초정은 1625년 연안 이씨 이정복이 선조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정자로 영남권 정자 중에서는 그 규모가 상당하고 주변과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한낮에 도착한 김천은 봄 햇살을 한껏 받고 있었지만 황사 때문에 하늘이 쾌청하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김천으로 향하는 내내 희끄무레한 황사를 뒤집어 쓴 풍경이 차창 밖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김천까지 가는 길은 영남의 다른 지역에 비해 수월했다. 김천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자랑거리로 등장하는 말이 ‘교통의 요지’인데 아닌 게 아니라 서울을 출발한 지 세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김천에 진입했다. 그러고 보니 김천은 중부 지방에서 영남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셈이다.

김천에서 새로 떠오르는 관광지는 부항댐 주변이다. 부항댐은 홍수 조절과 수력발전·관개용수·상수도·공업용수 공급 등을 위해 조성한 친환경 다목적댐이지만 관광 측면의 부가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챙겨 볼 곳은 국내 최장으로 꼽히는 출렁다리(256m)다. 다리 위로 동시에 1,400명이 걸어 건널 수 있는데 댐 수면을 내려다보며 걷는 동안 다리가 흔들려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댐을 가로지르는 ‘레인보우 짚와이어’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명물이다. 93m나 되는 철탑을 호수 양편에 세워 줄을 걸어 놓았는데 타워에 올라 집와이어를 타고 건너편으로 오갈 수 있다. 장원자 문화관광해설사는 “산내들생태공원·수달테마공원·물문화관·집와이어 외에 댐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14.1㎞ 길이의 순환 일주 도로가 조성돼 있다”며 “앞으로 시설을 더욱 보완해 테마 관광지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항댐이 비교적 최근 조성된 관광지라면 방초정은 오래 전부터 김천을 지켜 온 역사 유물이다. 지난 2019년 12월 30일 보물 제2047호로 승격된 방초정은 1625년 연안 이씨 이정복이 선조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정자다. 영남권 정자 중에서는 그 규모가 상당한 데다 주변과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오래전부터 지역 명소로 자리잡은 터라 방초정에는 당대의 유명한 문장가와 묵객들이 다녀갔는데 그들의 시와 글이 함께 남아 있다.

방초정 옆에는 이정복의 처 화순 최씨 정려각과 충성스런 노비 석이(石伊)의 비석이 서 있다. 화순 최씨는 17세에 이정복과 혼인했으나 신행 전에 임진왜란을 만났다. 때마침 왜구들이 몰려오자 “죽더라도 시가(媤家)에서 죽겠다”며 시가로 갔지만 시가 식구들은 이미 피란을 떠난 뒤였다. 수소문 끝에 시댁이 선대의 산소가 있는 능지산으로 피신했음을 알고 그쪽으로 가던 중 왜적을 만나자 여종 석이에게 자신이 입었던 옷을 벗어 부모님께 전해주기를 당부하고 자신은 명의(明衣·죽은 사람이 입는 옷)로 갈아입고 방초정 앞 연못에 몸을 던져 정절을 지켰다. 여종이었던 석이도 주인을 따라 함께 빠져 죽으니 사람들이 이 못을 최씨담이라 부르게 되었다.

직지사의 밤풍경. 신라 눌지왕2년(418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직지사는 조선의 2대 임금 정종의 어태(御胎)가 안치돼 있고 임진왜란 때 승병장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이다.


김천에 도착한 다음 날 새벽, 직지사로 나섰다. 김천의 관광지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어둠에 덮인 직지사는 군데군데 등불이 들어와 경내를 조요하게 밝히고 있었다.

신라 눌지왕2년(418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직지사는 조선의 2대 임금 정종의 어태(御胎)가 안치돼 있고 임진왜란 때 승병장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이다.



신라 눌지왕2년(418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직지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장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이다.


직지사는 창건 이후 고려 초기에 한 차례 크게 세를 확장했다. 견훤과 왕건이 팔공산에서 전투를 벌일 때 직지사 주지 능여조사가 패퇴한 왕건을 도와 견훤을 물리쳤고 훗날 고려를 세운 왕건이 그 보답으로 전답을 하사해 직지사는 큰 절로 성장했다. 언제부터인가 비로전 1,000개 불상 가운데 서 있는 동자상을 찾아내면 아들을 낳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득남 기도처로도 유명해졌다. 이밖에 보물로 지정된 석조약사여래좌상과 삼층석탑을 비롯해 사명각 등이 경내에 있다. 대웅전 앞에는 동쪽과 서쪽에 2기의 석탑이 있는데 1974년 문경 도천사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다.

직지사 입구에 위치한 사명대사공원은 백두대간의 일부인 황악산 자락에 위치하며 쉬어가는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직지사와 함께 돌아볼 곳은 사명대사공원이다. 직지사 입구 오른쪽에 있는 이 공원은 체류형 테마공원으로 부지 면적 14만㎡에 건축 면적 9,600㎡ 규모의 문화·생태·체험형 관광지다. 2011년 ‘황악산 하야로비공원’이라는 사업명으로 첫삽을 떠 지난해 준공했다. 공원은 백두대간의 일부인 황악산 자락에 위치해 인근 직지사 등 문화·역사 자원을 아우르면서 쉬어가는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평화의탑이다. 목탑 구조를 따른 형태로 1층 전시 공간에는 사명대사 관련 콘텐츠가 전시돼 있고 밤이 되면 조명이 들어와 금빛으로 빛나는 탑의 모습이 휘황찬란하다.

/글·사진(김천)=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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