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연기’하고 ‘연주’하는 감동의 액터 뮤지션 뮤지컬

배우들 악기 연주 전면에 내세운 작품 잇따라

■그레이트 코멧…로빙 뮤지션의 무대

배우 11명 악기 연주, 오디션 때 ‘연주 필수’ 조건

오케스트라 연주자 3인은 무대 의상 입고 연기도

■포미니츠…주인공 감정 언어 피아노

주인공, 천재 피아니스트 캐릭터로

마지막 4분서 실제 피아니스트와 듀엣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움츠렸던 몸을 서서히 풀고 있는 공연장에서 배우들의 수준급 악기 연주를 만나볼 수 있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 잇따라 관객을 만난다.

배우들이 길게는 1년 가까이 특별 레슨과 ‘입시 준비에 버금가는 연습’으로 완성해 낸 연주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되어 극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무대 정중앙과 양 옆에 오케스트라피트가 있고 이 주변으로 ‘코멧석’이라 불리는 특별 객석이 자리하고 있다. 배우들은 이 무대와 맞은편 객석을 수시로 오가며 연주하고, 춤추고, 노래한다./사진=쇼노트




지난 21일 한국 초연으로 첫선을 보인 ‘그레이트 코멧’은 여러모로 ‘경계’와 ‘구분’을 보란 듯이 깨부순다. 배우와 연주자, 음악의 장르,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필요 없는 그야말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뮤지컬’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제2권 5장을 무대화한 이 작품은 1812년 나폴레옹의 침공 직전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피에르·나타샤·아나톨 등 세 남녀의 사랑과 방황, 그리고 삶의 새 전환을 그린 다. 극장에 들어서면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분명했던 기존의 프로시니엄 형식과는 전혀 다른, 왁자지껄한 바(bar)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오륜 마크처럼 7개의 원이 교차하고 객석을 향해 비스듬히 기운 무대가 펼쳐지고, 그 안쪽과 원과 원 사이의 통로에는 이른바 ‘코멧석’이라는 특별 객석이 있다. 배우들은 이 무대와 정면의 객석을 수시로 오가며 춤추고 노래하고 또 연주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객석을 통해 등장한 배우들이 기타, 캐스터네츠, 마라카스 등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에 오르고 일종의 ‘프리쇼’와 함께 매끄럽게 공연이 시작된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서 피에르 역을 맡은 배우 홍광호는 극중 아코디언과 피아노, 탬버린 등 악기를 연주한다./사진=쇼노트




극 중 피에르는 아코디언과 피아노, 탬버린을 연주하고, 아나톨은 바이올린 솔로를 선보인다. 제작사는 배우들의 연주를 위해 별도의 교습 선생님을 두고 지난해 초 작품 기획단계부터 정기적인 교습을 진행했다. ‘로빙 뮤지션’으로 불리는 연주 앙상블 11명은 ‘어쿠스틱 기타, 비올라, 바이올린, 아코디언, 클라리넷 중 하나의 악기 연주 필수’라는 오디션 조건을 충족시켜 최종 선발됐다. 배우뿐만이 아니다. 이번 작품에 함께하는 김문정 음악감독은 무대 중앙에서 지휘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로빙 뮤지션 11명 중 세 명은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이번 공연에서 연기와 안무, 노래까지 소화한다. 장르의 경계도 허물었다. 작곡가 데이브 말로는 이 작품을 스스로 “일렉트로 팝 오페라”라고 했는데, 팝·일렉트로닉·클래식·록·힙합 등 다양한 형태의 넘버를 만나볼 수 있다. 11종의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10명(지휘자 포함)과 5종의 악기를 소화하는 로빙 뮤지션(움직이며 악기 연주하는 배우들 총칭) 11명이 펼쳐내는 ‘쉬지 않는 음악’에 흥이 절로 폭발한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객석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장면 연출이 생략됐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히 가슴 설레는 활력이라는 점에서 그저 반갑고 고마운 작품이다.

오는 7일 개막하는 뮤지컬 ‘포미니츠’는 천재 피아니스트 주인공의 감정을 피아노 연주로 표현하는 독특한 방식의 작품으로 배우의 고난도 피아노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사진=정동극장


오는 4월 7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포미니츠’도 ‘또 다른 주인공이 피아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연주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이다. 동명의 독일 영화가 원작으로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와 2차 세계 대전 이후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가 교도소에서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다. ‘천재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인 만큼 제니 역의 배우들은 고난도의 피아노 연주가 필수다. 세 곡 정도를 직접 치는 것은 물론, 틈틈이 건반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지난해 7월 3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제니 역의 김환희와 김수하는 캐스팅 직후부터 약 반년 가까지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작품 말미 마지막 4분 동안 실제 피아니스트(조재철·오은철)와 듀엣으로 선보이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다. 곡의 테크닉은 물론이요 두 사람의 감정적 합이 중요하기에 피아니스트들조차도 혀를 내두른다. 박소영 연출은 “이 작품은 피아노가 정말 중요하고, 배우들이 직접 쳐야 하기에 (배우들이) 굉장히 압박을 받고 있다”며 “클래식 같기도 하고 연극 같기도 한 굉장히 오묘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